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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강등된 美 신용등급…무디스 ‘Aaa→Aa1’, 재정위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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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가 16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전격 강등했다. 이로써 세계 3대 신용평가사 모두 미국에 부여했던 최상위 등급을 철회하며, 세계 최대 경제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한층 심화되고 있다.

무디스는 등급 하향의 주요 배경으로 누적된 재정적자, 급증한 정부 부채, 그리고 이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를 꼽았다. 동시에 등급 전망은 기존의 ‘부정적(Negative)’에서 ‘안정적(Stable)’으로 상향해, 추가적인 등급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재정 운용 능력과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는 이미 흔들리고 있다고 평가한다.

재정적자 확대와 정부 부채, 무디스의 명확한 경고

무디스는 등급 변경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연방정부 부채는 지난 10년간 꾸준한 재정적자 누적으로 급격히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감세 정책의 장기화와 지출 확대가 동시에 진행된 점을 문제의 핵심으로 짚었다. 무디스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금리 상승으로 인해 이자 지출이 빠르게 늘고 있으며, 이는 유사한 신용등급을 보유한 국가들과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무디스는 미국의 재정적자가 2024년 GDP의 6.4%에서 2035년에는 9%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의무 지출(이자, 연금 등)의 비중 역시 같은 기간 동안 73%에서 78%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돼, 미국 정부의 예산 운용에 있어 유연성은 한층 더 제한될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의 예측도 이를 뒷받침한다. CBO는 공공부채가 현재 GDP 대비 약 100% 수준에서 2035년까지 118%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의 최고치(106%)를 뛰어넘는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 감세안 연장과 정치적 리스크

무디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2017년 감세안이 연장될 경우, 향후 10년간 이로 인해 4조 달러 규모의 재정적자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교롭게도 신용등급 강등 발표 당일, 하원 예산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출한 감세안 연장 법안을 부결시켰다. 이는 의회 내에서도 해당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와 함께 무디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정책을 ‘정책 예측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보호무역 기조와 관세 강화는 단기적인 경제 위축을 유발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세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관세 정책과 더불어 지출 효율화를 목표로 하는 ‘정부효율성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신설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이 실질적인 재정 건전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시장의 반응

무디스의 이번 조치는 시장에 미치는 단기적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S&P와 피치가 각각 2011년과 2023년에 미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강등한 바 있으며, 무디스 역시 2023년 말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추며 예고한 바 있다.

시장 전문가들 역시 대체로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알리안츠의 수석 경제 고문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결정이지만, 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블리클리파이낸셜의 피터 부크바 CIO는 “등급 하향은 상징적인 경고”라며 “미국 국채 수요 둔화와 대규모 재조달 부담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등급 강등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소폭 상승했으며, 이는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일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무디스는 성명에서 “여러 행정부와 의회가 반복적으로 재정적자와 이자 비용 증가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에 합의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는 미국 정치 시스템의 비효율성이 국가 신용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등급 회복의 조건: 초당적 합의와 지속 가능한 정책

결국 미국의 신용등급 회복은 재정정책의 근본적인 전환과 정치적 합의 형성 여부에 달려 있다. 무디스는 “재정과 세수 구조의 전면적 재정비 없이 국가 재정은 더욱 압박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 역시 “정치권이 정파를 넘어서 책임 있는 재정정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계 경제의 중추인 미국이 국가신용등급 강등이라는 현실을 맞이한 지금, 국제사회는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하고 있다. 무디스의 경고가 일시적 충격에 그칠지, 아니면 미국 정치와 재정 시스템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지는 앞으로의 정책 결정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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