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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아칸소 토네이도 재난 지원 요청 거부…피해 주민 반발
지난 3월 중순 미국 남부를 강타한 강력한 토네이도와 폭풍으로 큰 피해를 본 아칸소(Arkansas) 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정부 차원의 재난 지원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되어 파문이 일고 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아칸소 주지사가 최소 3명의 사망자와 광범위한 피해를 근거로 연방 재난 지역 선포를 공식 요청했으나, 백악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3월 14일부터 17일 사이, 강력한 저기압 시스템이 미국 중남부 지역을 통과하며 기록적인 토네이도 발생을 유발했다. 이 기간 동안 최소 116개의 토네이도가 확인되었으며, 이는 3월 발생 기록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다. 특히 아칸소 주는 이 재난의 직격탄을 맞았다.
국립기상청(NWS) 조사 결과, 3월 14일 아칸소 북동부 지역에서는 최소 두 개의 EF-4 등급 토네이도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 EF-4 토네이도는 시속 166-200mph의 매우 강력한 바람을 동반하며, 견고하게 지어진 집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을 지닌다.
NWS는 이날 발생한 토네이도 중 하나가 잭슨 카운티 디아즈 인근에서 최대 시속 190마일(약 306km)의 바람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EF-5 등급 기준(시속 201마일 이상)에 근접하는 강력한 위력이다 .
특히 인디펜던스 카운티 쿠쉬먼 남쪽 클랙스턴 루프 지역에서는 주택 두 채가 완전히 파괴되면서 3명이 목숨을 잃었다. 랜델 크랩트리 인디펜던스 카운티 검시관은 희생자 중 2명은 현장에서, 1명은 병원으로 이송된 후 사망했다고 확인했다.
이 외에도 최소 32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으며, 수십 채의 가옥이 완파되거나 심각하게 파손되는 피해를 겪었다. 샤프 카운티의 케이브 시티 역시 시속 165마일(약 265km)의 강풍을 동반한 EF-3 등급 토네도의 직격탄을 맞아 약국, 장례식장 등 주요 건물이 파괴되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
한 토네이도는 아칸소 북부에서 시작하여 미주리 남동부까지 무려 117.15마일(약 188.5km) 이상을 이동하며 2시간 넘게 지상에 머무르는 이례적인 경로를 보였다. NWS 리틀록 사무소는 위성 이미지와 추가 지상 조사를 통해 당초 별개로 추정됐던 두 개의 토네이도 경로가 실제로는 하나로 이어진 것임을 확인했으며, 이는 아칸소에서 2008년 이후 가장 긴 이동 경로를 가진 토네이도라고 밝혔다. 이 긴 경로의 토네이도는 아칸소에서 EF-4 등급 피해를, 미주리에서는 EF-2 등급 피해를 남겼다 .
피해는 주 전역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아칸소 비상관리국(ADEM)은 초기 집계에서 최소 22개 카운티에서 부상 및 재산 피해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주택과 상가는 물론, 도로, 전력선 등 기반 시설 파괴도 심각하여 수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겪었으며 , 일부 지역은 접근조차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블랜처드 스프링스 동굴 등 주요 관광지도 폭풍 피해로 인해 폐쇄되기도 했다 .
주 정부의 지원 요청과 연방 정부의 외면
샌더스 주지사는 3월 15일, 피해가 극심했던 케이브 시티와 파라굴드 등을 직접 방문하여 현장을 살피고 이재민들을 위로했다. 이후 그는 아칸소, 클레이, 크레이그헤드, 인디펜던스, 잭슨, 로렌스, 미시시피, 포인세트, 샤프 등 피해가 집중된 9개 카운티에 대해 연방 정부의 주요 재난 선포(Major Disaster Declaration)를 해 줄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식 요청했다.
주요 재난 선포가 이루어지면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통해 개인 지원(주택 수리, 임시 거처, 저리 대출 등)과 공공 지원(기반 시설 복구 비용 지원 등)이 가능해진다.
샌더스 주지사는 요청서에서 “이번 폭풍과 토네이도는 우리 주 일부 지역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피해 규모가 주 정부와 지역 정부의 대응 능력을 넘어섰기에 연방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주택 파괴, 사업체 손실, 장기적인 복구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연방 지원 없이는 완전한 회복이 어렵다는 점을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 명확한 이유 없어
그러나 샌더스 주지사의 간곡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아칸소 주에 대한 연방 지원을 거부했다. 백악관은 이례적으로 해당 요청을 승인하지 않았으며, 거부 결정에 대한 구체적인 사유나 배경 설명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내놓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관계자는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라고만 언급했을 뿐, 명확한 답변을 회피했다.
이러한 연방 정부의 결정은 즉각적인 반발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피해 규모와 심각성을 고려할 때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립해양대기청(NOAA) 자료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25년 4월까지 아칸소 주에 영향을 미친 10억 달러 이상 규모의 기상/기후 재난은 97건에 달하는 등 , 아칸소는 역사적으로 자연재해에 취약한 지역 중 하나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정치적 고려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샌더스 주지사가 공화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과거 트럼프 대통령과 특정 사안에 대해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였던 점을 거론하며 “정치적 보복”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한다.
반면, 백악관과 여당 측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연방 예산 제약이나 재난 지원 기준의 엄격한 적용 등을 이유로 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EF-4 등급 토네이도 발생과 다수의 사망자, 광범위한 피해 상황을 감안할 때 이러한 설명이 설득력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연방 지원 거부 소식이 전해지자 피해 지역 주민들은 망연자실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집과 일터를 잃은 주민들은 당장 거처 마련과 생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연방 정부의 지원 없이는 장기적인 복구가 요원하다는 절망감을 토로하고 있다.
케이브 시티에서 모텔과 동굴 관광 사업을 운영하는 이르마 캐리건 씨는 토네이도로 차량이 파손되고 마당의 큰 나무가 쓰러지는 피해를 봤다 . 그는 “토네이도 직후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와서 도와줬지만, 연방 지원 없이는 완전한 복구가 어렵다”며 “보험 처리도 지연되고 있어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나이 든 이웃들이 재건축을 포기하고 이동식 주택을 고려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하며 연방 재난 선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케이브 시티 상공회의소의 브랜디 슐츠 이사는 “연방 재난 선포가 이루어지면 피해를 본 사업체와 주민들에게 보험 외 추가적인 지원 옵션이 열릴 것”이라며 “우리 지역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한 공동체지만, 이번 피해는 너무나 커서 외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 그는 약 59명의 주민이 이번 토네이도로 집을 잃고 임시 거처에 머물고 있다고 추산했다 .
과거 재난 지원 사례와 비교
과거 미국에서는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정파를 떠나 연방 정부가 신속하게 지원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2005), 샌디(2012) 등 막대한 피해를 남긴 재난 발생 시 연방 정부는 의회와 협력하여 수백억 달러 규모의 긴급 구호 예산을 편성하고 복구를 지원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도 허리케인 하비(2017, 텍사스), 어마(2017, 플로리다), 마리아(2017, 푸에르토리코) 등 대형 재난 발생 시 연방 지원이 이루어졌지만, 푸에르토리코 지원 과정에서는 늑장 대응과 불충분한 지원 규모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번 아칸소 지원 거부 결정은 이러한 과거 사례들과 비교했을 때 매우 이례적인 조치로 평가받으며, 향후 연방 재난 지원 정책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마저 낳고 있다.
복구 노력과 향후 전망
현재 피해 지역에서는 주 정부와 지방 정부, 그리고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잔해 제거와 임시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 케이브 시티의 경우,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잔해 제거 작업이 상당 부분 진척된 것으로 알려졌다 .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원봉사자 중심의 초기 대응만으로는 완전한 복구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파괴된 주택과 기반 시설을 재건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과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연방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재난 구호 단체인 ‘재난 자선 센터’ 역시 토네이도 피해 지역은 다른 자연재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부금 모금이나 언론의 관심도가 낮아 장기적인 복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 특히 이번 아칸소 토네이도는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발생했고 농촌 지역 피해가 커서 복구 지원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
아칸소 주 정부와 지역 사회는 연방 정부의 지원 거부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인 복구 노력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재정적 부담과 장기적인 복구 계획 수립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최종적인 것인지, 아니면 재고의 여지가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피해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했다는 비판과 함께 정치적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