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부국장 아들

CIA 고위직 자녀, 러시아군 복무 중 전사…미국 안보 사회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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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보기관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의 아들이 러시아군에 자원입대해 우크라이나 전쟁터에서 전사한 사실이 러시아 독립 언론 보도로 드러났다. 미국 정보기관 고위 관리의 자녀가 러시아군에 자원입대해 전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국 사회에서는 사건의 배경과 경위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 사건은 러시아 탐사보도 매체 ‘바즈녜 이스토리’(Vazhnie Istorii, ‘중요한 이야기들’)가 군 징병사무소에서 유출된 의료 기록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처음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줄리앤 갈리나 글로스 CIA 디지털혁신 담당 부국장의 아들 마이클 알렉산더 글로스(21세)는 최소 2023년 9월부터 러시아 국방부와 계약을 맺고 러시아군에 복무했다. 그는 2024년 4월 4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 전투 중 전사했다.

알렉산더 글로스

바즈녜 이스토리는 “그의 사망 경위는 아직 불명확하다”고 전했으며, 곧이어 CIA도 성명을 통해 마이클 글로스의 사망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CIA 대변인은 “이번 사망은 글로스 가족의 개인적 사안이며, 국가 안보 사안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며 사생활 보호를 요청했다.

마이클 글로스는 전형적인 미국 안보 엘리트 가문 출신이었다. 어머니 줄리앤 갈리나 글로스는 미 해군사관학교 최초의 여성 생도 대대장 출신으로, 해군 정보국을 거쳐 CIA 부국장에 임명됐다. 그의 부친 래리 글로스도 미 해군 출신으로 걸프전에 참전했으며, 이후 국방 관련 사이버 보안 회사를 운영했다.

이처럼 안보와 정보 분야에 뿌리 깊게 연결된 가정에서 자란 청년이 적국 러시아의 군복을 입고 전사했다는 사실은 미국 사회에 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외신과 러시아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마이클 글로스는 고교 시절 미식축구 선수로 활동했으며, 대학 진학 후 성 평등과 환경 운동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좌파 성향의 환경 단체 ‘레인보우 패밀리’에 가입했으며, 2023년 튀르키예 하타이 지역 대지진 구호 활동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 사회와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고, 특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관련해 미국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러시아 소셜미디어 VK에 개설된 것으로 추정되는 그의 계정에는 “다극화된 세계를 지지한다”며 러시아 국기를 게시한 기록도 발견됐다.

2023년 여름, 그는 모스크바의 군 징병사무소를 통해 러시아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격렬한 전투를 벌이는 ‘돌격 부대’에 배치돼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활동했으며, 전투 지원 임무 중 포격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워싱턴포스트는 그가 정신 질환을 앓았을 가능성을 보도했지만, 구체적 진단이나 치료 이력은 확인되지 않았다.

마이클 글로스의 가족은 그의 묘지 웹사이트에 추도문을 남겼다. 이들은 그의 러시아군 복무나 전사 경위는 언급하지 않고, 그가 J.R.R. 톨킨의 작품과 애니메이션 ‘어드벤처 타임’을 사랑한 정의로운 청년이었다고 회상했다.

추도문은 “고결한 마음과 전사의 정신을 지닌 마이클은 자신의 영웅적 여정을 만들어가던 중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다”고 기술했다.

아들의 선택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면서도, 그의 순수한 이상주의를 기리려는 가족의 복합적 감정이 엿보인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글로스 부모가 아들이 러시아군으로 참전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CIA는 이번 사건을 국가 안보 사안으로 분류하지 않았지만, 고위 관리 가족의 신상 정보가 적국에 의해 파악되고 공개된 점, 그리고 아들의 급진화 경로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 보안과 인사 관리 시스템에 대한 점검 요구도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바즈녜 이스토리는 마이클 글로스를 포함해 1,500명 이상의 외국인이 러시아군 징병 시스템을 통해 전쟁에 참전한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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