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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올리언스 교도소 ‘구멍 난 담벼락’…10명 탈옥, 7명 도주 중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올리언스 저스티스 센터에서 지난 16일 새벽, 살인 혐의자 등을 포함한 재소자 10명이 집단 탈옥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7명은 이틀이 지난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감시 시스템 고장, 인력 공백, 잠금장치 결함 등 교도소 전반의 보안 관리 부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보안관실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다. 연방수사국(FBI)까지 수색에 나섰지만, 지역 주민들 사이의 불안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7시간 뒤에야 파악된 탈옥…“보안은 이미 뚫려 있었다”
사건은 16일 새벽 1시 무렵 발생했다. 수감자 10명은 감방 내 화장실 뒤편 벽면을 뚫고 외부로 빠져나왔고, 이후 화물 하역장을 통해 교도소 바깥으로 탈출했다. 철조망 담장은 담요 등을 활용해 넘어섰다. 이들이 빠져나간 구멍 위에는 “To Easy LOL”, “catch us when you can”이라는 조롱성 낙서까지 발견됐다.
하지만 교정 당국이 이 같은 대규모 탈옥을 인지한 시점은 아침 8시 30분, 정기 인원 점검 때였다. 7시간 넘도록 탈옥 사실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 것이다. 당초 보안관실은 11명이 탈옥했다고 발표했다가, 한 명이 이동 수감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며 탈옥자 수를 정정하는 혼선을 빚었다.
탈옥 당시 상황이 담긴 감시카메라 영상에는 일부 재소자가 교도소 밖으로 뛰쳐나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이들이 입었던 수감복은 인근 주택가에서 발견됐으며, 몇몇은 탈옥 직후 민간 복장으로 갈아입은 것으로 보인다.
감시자 자리 비우고, 카메라 3분의 1 고장…“내부 조력 정황”
사건 직후 수잔 허슨 올리언스 패리시 보안관은 “외부의 도움 없이 이 정도의 탈옥은 불가능하다”며 내부 조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로 해당 구역을 감시하던 민간 기술자는 사건 당시 식사를 이유로 자리를 비운 상태였으며, 감시 화면에서 탈옥 장면을 본 교도관도 즉각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안관실은 관련 직원 3명을 정직 조치하고 내사에 착수했다.
보안 시스템의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교도소 전체 CCTV의 약 3분의 1은 고장 난 상태였으며, 탈옥이 발생한 감방 주변의 카메라 3대도 작동하지 않았다. 잠금장치 불량으로 해당 수감자들이 임시 감방에 수용돼 있었던 점도 상황을 악화시킨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만성적인 인력 부족까지 겹치면서 교정시설 전반의 시스템이 사실상 무력화된 셈이다.
FBI도 투입…도주 중인 7명 대부분 흉악범
현재까지 검거된 탈옥범은 총 3명이다. 켄델 마일스(Kendell Myles)는 사건 당일 프렌치 쿼터의 한 호텔 주차장 차량 밑에 숨어 있다가 붙잡혔으며, 로버트 무디(Robert Moody)와 드케난 데니스(Dkenan Dennis)는 시내 다른 지점에서 체포됐다. 세 사람은 이후 루이지애나 주립교도소(일명 ‘앙골라 교도소’)로 이송됐다.
그러나 나머지 7명은 아직도 도주 중이다. 이들 중에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앤트완 매시(Antoine Massey), 무장강도 혐의의 코리 보이드(Corey Boyd), 살인 미수 혐의의 데릭 그로브스(Derrick Groves), 조직 범죄 관련 수배자인 레오 테이트(Leo Tate) 등이 포함됐다. 당국은 이들이 무장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으며, 시민들에게 외출 자제와 신변 안전 주의를 당부했다.
FBI는 탈옥범 1인당 최대 5천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고 검거 작전을 확대 중이다. 지역 범죄 제보 기관 ‘크라임스토퍼스’도 별도로 2천 달러의 보상금을 제시했다.
정치적 후폭풍…4표차 신승 직후의 악재
수잔 허슨 보안관은 불과 일주일 전, 향후 10년간의 교정 행정 예산 확보를 위한 주민투표에서 4표 차이로 간신히 통과한 바 있다. 재선을 준비하던 허슨 보안관 입장에선 중대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제이피 모렐 뉴올리언스 시의회 의장은 “시민 안전을 담보해야 할 시스템이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는가”라며 특별회의 소집을 예고했고, 알론조 녹스 주 하원의원은 “이 사건은 단순한 인재가 아니라 구조적 붕괴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즉각적인 주립경찰 지원을 명령하며 허슨 보안관에게 “모든 수단을 동원하라”고 압박했다.
허슨 보안관은 기자회견에서 “누군가 탈옥을 도왔다. 이 사건은 단순한 관리 실패가 아닌 조직적 작전”이라며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이어 “이 문제를 정치화하는 건 무책임하다. 지금은 시민 안전을 지키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교정 시스템 전반 재검토 불가피
보안관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도소 시설 전반에 대한 재점검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고장 난 감시 장비 교체, 잠금장치 정비, 인력 확충 등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향후 교정 시설 개선을 위한 추가 예산 확보도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당장의 시급한 과제는 도주 중인 7명의 신속한 검거다. 일부 탈옥범은 이미 주 경계를 넘은 것으로 추정되며, 경찰은 뉴올리언스 전역은 물론 인근 주까지 수사망을 확대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대낮에도 문을 잠그고 생활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불안을 토로하고 있다.
앤 커크패트릭 뉴올리언스 경찰청장은 “시민들에게 공포를 조장하고 싶진 않지만,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탈옥 사건은 단순한 경비 실패를 넘어 미국 대도시 교정 행정의 구조적 허점, 그리고 공공 안전을 둘러싼 책임의 문제를 정면으로 들춰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