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종 소송, 아시아계 차별 논란과 트럼프 정책의 충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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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점 만점에 1590점. GPA 4.42. 구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채용.

이력만 보면 하버드도 눈여겨볼 만한 인재다. 그러나 스탠리 종(Stanley Zhong)은 2023년에 미국 주요 명문대 16곳에서 모두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MIT, 스탠퍼드, UC 버클리 등 그가 지원한 대학 목록은 화려했지만, 결과는 냉혹했다. 종은 이를 단순한 운이나 경쟁 실패로 보지 않았다. 그는 “아시아계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다”며 캘리포니아대(UC) 시스템, 코넬대, 워싱턴대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개인의 억울함을 넘어서 미국 내 대학 입시의 공정성과 인종 정책을 둘러싼 논쟁의 한복판으로 번졌었다.

특히 2025년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소수계 우대 정책 폐지 행정명령이 시행되고, 스탠리가 대학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 논란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책 변화와 법적 대응이 맞물리며 논의는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명문대 모두 고배… 실력 검증된 Zhong은 왜 떨어졌나?

스탠리 종은 실리콘밸리 중심지인 캘리포니아 팔로알토 출신으로, Henry M. Gunn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SAT 1590점, GPA 4.42라는 기록 외에도 전자 서명 스타트업 ‘RabbitSign’을 직접 개발해 운영하고, 고등학생 신분으로 구글에 박사급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채용되며 두각을 나타냈다. 실제로 그는 Google Code Jam 준결승에 진출하고, MIT Battlecode에서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처럼 입시 경쟁력을 갖춘 인재가 왜 모두에게 외면받았을까. 종과 그의 아버지 난 종(Nan Zhong)은 “대학들이 아시아계 지원자에게 불리한 기준을 적용했다”고 주장한다. “실력이 아니라 피부색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UC·코넬·워싱턴대 소송… 입시 제도 투명성 요구

스탠리 종 측이 제기한 소송은 총 3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첫째, UC 시스템을 상대로 한 소송은 UC 버클리, UCLA, UCSD 등 5개 캠퍼스를 포함하며, 입시 과정에서 캘리포니아 주법(Proposition 209)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해당 법은 공공기관이 인종, 성별 등을 고려한 차별적 선발을 금지하고 있다.

둘째, 뉴욕 북부 지방법원에서는 코넬대를 상대로 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은 오는 6월 25일 첫 회의를 앞두고 있다. 마지막으로, 워싱턴대에 대해서는 현재 소송이 검토 중이며, 학교 측은 “입시 기준은 공정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종 측은 이들 대학이 ‘Affirmative Action’(소수계 우대 정책)을 명목으로, 아시아계 학생들에게만 지나치게 높은 합격 기준을 적용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의 행정명령… 제도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

스탠리 종의 사례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과도 직결된다. 트럼프는 2025년 1월 “불법 차별 종식 및 성과 기반 기회 복원”이라는 제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연방 정부 산하의 모든 대학 및 계약기관에서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 프로그램과 인종 기반 입시를 금지했다. 이로 인해 Affirmative Action은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UC 버클리, UCLA, 스탠퍼드 등 주요 대학들을 대상으로 연방 자금 지원 중단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학생은 오직 노력과 지능, 인격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피부색은 그 어떤 기준도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종의 소송은 제도적 개혁 요구와 아시아계 학생들의 권익 보호라는 두 가지 이슈를 동시에 대변하고 있다.

“더는 침묵하지 않겠다”… 아시아계 커뮤니티 움직이다

스탠리 종의 사례는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아시아계 미국인 교육 연합(AACE)은 그를 “상징적 피해자”로 규정하고, 미국 교육부에 입시 차별 전반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AACE는 “종은 단순한 학생이 아니라, 아시아계 학생들이 수년간 겪어온 차별을 드러낸 사례”라며 그의 행동을 지지했다.

온라인상에서도 유사한 경험담이 이어지고 있다. “SAT 만점에 전국 수학 경시대회 수상자인데도 떨어졌다”, “동아리 활동, 봉사 시간 다 갖췄지만 인터뷰조차 못 갔다”는 등 수많은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들은 스탠리 종 소송이 아시아계 커뮤니티의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반론도 존재한다. 일부 교육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종의 소송이 Affirmative Action 폐지로 이어질 경우, 오히려 흑인과 히스패닉 등 다른 소수계 학생들의 기회가 박탈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학 다양성 확보의 필수 수단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종 측은 “우리는 혜택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공정한 경쟁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인종을 기준으로 한 평가 자체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일부 학교들은 이미 소수자 우대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미 해군사관학교는 올해 2월부터 입학 전형에서 인종, 민족, 성별을 고려하지 않기로 내부 지침을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모든 군 조직이 인종이나 성별에 기반한 특혜 없이 운영돼야 한다며 전면적인 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해군사관학교는 입시 전 과정에서 관련 요소를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소수자 우대 정책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미군 내 사관학교들도 빠르게 방향을 틀고 있다.

스탠리 종의 소송은 단순한 개인의 불만을 넘어, 미국 대학 입시 제도와 인종 정책 전반을 향한 도전으로 해석된다. 그는 구글이라는 세계적 기업의 엔지니어로 이미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정으로 향한 이유는 단 하나. “공정하지 않다”는 확신 때문이다.

그의 소송은 당분간 아시아계 커뮤니티 내 논의뿐 아니라, 미국 전역의 입시 제도 개편 논쟁에 불을 지필 전망이다. 트럼프의 정책 변화와 맞물린 이번 사건은 대학의 다양성과 공정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다시 찾아야 할 때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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