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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흑해 휴전 합의 상세 분석
3년 넘게 이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까? 미국의 적극적인 중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흑해에서의 무력 사용을 중단하고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을 멈추기로 합의하면서, 장기화된 전쟁에 돌파구가 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합의는 흑해에서의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고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협정 이행의 조건으로 서방의 제재 완화를 요구하면서 합의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서방의 제재 약화 논란이 불거지며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각각 만나 흑해 휴전 협정을 중재하며 ‘3각 합의’를 이끌어냈다.
미국은 흑해에서의 안전한 항해 보장, 무력 사용 금지, 상업 선박의 군사적 목적 사용 방지를 목표로 협상을 진행했다. 또한 양측은 상대방의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을 30일간 중단하는 데 합의했다. 크렘린궁은 공격 유예 시설에 정유 공장, 석유 저장 시설, 가스관, 발전소, 원자력 발전소, 수력 발전소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는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기반 시설 파괴와 에너지 공급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흑해 협정 이행의 전제 조건으로 서방의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 농업 은행 로셀호즈뱅크(Rosselkhozbank)의 SWIFT 재가입, 농산물 수출 관련 금융 거래 제재 해제, 농기계 수입 제재 해제 등을 요구하며,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흑해 휴전 협정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미국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협정 준수를 명령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라브로프 장관은 흑해 곡물 협정 재개를 위해 “모두에게 더 수용 가능한 형태”로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 완화에 반대하며, 흑해 휴전 합의가 즉시 발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제재 완화 요구에 대해 “제재를 약화하는 일”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 군함이 흑해 동부 해역을 벗어나 서부 해역으로 이동할 경우 협정 위반으로 간주하고 자위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를 신뢰할 수 없지만,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 건설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협정 내용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흑해 휴전 합의가 2022년 튀르키예와 유엔의 중재로 체결되었던 흑해 곡물 협정의 부활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흑해 곡물 협정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보장하여 세계 식량 가격 안정을 도왔으나, 러시아는 자국 농산물과 비료 수출에 대한 제재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2023년 7월 협정을 파기했다. 이번 휴전 합의를 통해 흑해에서의 안전한 항행이 보장된다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재개되어 세계 식량 안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흑해 곡물 협정의 부활에는 여전히 많은 난관이 존재한다. 러시아는 자국 농산물 수출에 대한 제재 해제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또한 양국 간의 불신이 깊어 협정 이행에 대한 확신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합의를 이행할 것 같지 않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따라서 흑해 곡물 협정이 완전히 부활하기 위해서는 양측의 입장 차이를 좁히고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은 이번 흑해 휴전 협정을 중재하면서 러시아의 농산물 및 비료 수출을 지원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전쟁 포로 교환과 강제 이송된 어린이의 송환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미국이 러시아의 농산물 수출을 돕는다는 내용에 대해 ‘제재를 약화하는 일’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 완화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고, 유럽 국가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영토 분할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표명하며, 미국의 역할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번 흑해 휴전 합의가 한국 경제, 특히 식량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식용 옥수수의 상당 부분을 흑해 지역에서 수입해 왔지만, 흑해 곡물 협정 중단 이후 루마니아 등 다른 국가로부터의 수입을 늘려 공급 차질 우려를 해소했다.
농경연은 전쟁 지속으로 우크라이나의 곡물 생산량 및 수출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세계 곡물 수급 여건 개선으로 선물 가격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 변화는 곡물 수급을 교란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국제 곡물 수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여 식량 안보 태세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중재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흑해 휴전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제재 해제, 협정 위반 시 대응, 영토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양국 간 신뢰 부족과 입장 차이로 협정의 실질적인 효과는 불확실하지만, 평화적 해결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라는 평가도 있다. 관련국들의 지속적인 노력과 국제사회의 지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