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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학교 바우처 법안, 하원 통과…미국 교육 정책 전환점 되나
텍사스 주의 10억 달러 규모 사립학교 바우처 법안이 17일 주 하원을 통과하며, 교육 선택권과 공공성 사이에서 갈등하던 수년간의 논쟁이 중대한 전기를 맞이했다. 이번 법안은 아직 최종 통과는 아니지만, 상정된 이래 가장 멀리 진전을 이룬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렉 애벗(Greg Abbott) 주지사가 강력히 추진해온 이 정책은 텍사스 내부의 이슈를 넘어 전국 교육 정책의 방향을 뒤흔들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에 통과된 상원법안(Senate Bill 2, SB 2)은 학부모가 자녀의 사립학교 등록금, 홈스쿨링 비용, 교재·교통비·치료비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교육 저축 계좌(Education Savings Account, ESA)’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바우처 프로그램에는 총 10억 달러의 주 예산이 투입되며, 학생 1인당 약 1만 달러가 지급될 예정이다. 장애 학생에게는 최대 3만 달러까지 지원된다. 단, 이 법안은 아직 상원과의 최종 조율을 거쳐야 하며, 그 이후에야 주지사 서명이 가능하다.
하원은 찬성 86표, 반대 61표로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모든 민주당 의원과 공화당 의원 2명이 반대표를 던졌지만, 과거 여러 차례 바우처 법안을 저지했던 이른바 초당적 연합은 이번에는 조직적으로 무너졌다. 이는 애벗 주지사가 2024년 예비선거에서 비협조적인 공화당 의원들을 공략하며 친바우처 성향의 다수를 확보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벗 주지사는 법안 통과 직후 성명을 통해 “수천 명의 학부모들이 자녀의 교육 선택권 확대를 요구해온 결과”라며 “법안이 상정되는 즉시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반복적으로 “교육의 자유는 미국 가정의 기본권”이라며 이 법안에 지지를 표명해왔다.
바우처 법안은 공립학교 예산 축소, 교육 형평성 훼손, 사립학교의 책임성 문제 등 다양한 쟁점을 동반하며 교육 현장과 정치권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왔다. 텍사스 교사협회와 공립학교 연합은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공립학교 예산이 대폭 삭감되고, 교사 고용과 교육의 질이 심각하게 저하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 교사단체 관계자는 “공립학교는 모든 학생에게 동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최후의 보루인데, 예산이 줄면 가장 큰 피해는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이 입게 된다”며 “이대로 가면 교육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텍사스의 바우처 프로그램은 타 주의 사례와 비교해도 규모와 구조 면에서 가장 적극적인 편에 속한다. 플로리다, 애리조나 등에서는 바우처 제도 도입 이후 사립학교 등록률은 증가했지만, 공립학교 예산 감소와 학업 성취도 하락 등의 부작용도 보고됐다.
이번 텍사스 하원 법안은 특히 저소득층과 장애 학생을 우선 지원 대상으로 설정했지만, 사립학교가 자체 기준에 따라 학생을 선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 효과’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민주당 의원들은 “입학 기준이 없는 공립학교와 달리, 사립학교는 원칙적으로 누구든 거부할 수 있다”며 “정부가 우선 지원 대상으로 지정했더라도, 그 학생들이 실제로 사립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법안에는 또 하나의 논란이 포함돼 있다.
바로 미등록 이민자 자녀의 프로그램 참여를 차단하는 조항이다. 미국 헌법상 모든 아동은 이민 신분과 무관하게 공립학교에서 교육받을 권리가 보장되는데, 공적 예산을 사용하는 바우처 프로그램에서 특정 신분군을 배제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공화당은 “주정부가 예산 집행의 책임을 지는 만큼, 거주 증명이 없는 가정에는 제한이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다.
한편, 텍사스 하원은 같은 날 약 77억 달러 규모의 공립학교 지원 법안(House Bill 2)도 최종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학생당 기본 배정액을 기존 6,160달러에서 6,555달러로 인상하고, 이 중 40%를 교사 및 비행정직 급여에 사용토록 규정했다. 또 특수교육은 기존 ‘환경 기준’에서 ‘개별 필요 기반’으로 예산 배정 방식을 전환한다. 교사 급여 인상, 미자격 교사 제한, 특수교육 지원 확대 등 공교육 전반을 강화하는 조치들이 담겼다.
민주당은 이 법안에는 찬성했지만, “2년간 누락된 80억 달러와 최근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며 실효성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여러 학군이 현재 재정 적자, 교사 부족, 캠퍼스 폐쇄 등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예산안이 ‘상징적 조치’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공화당 측은 “이번 세션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공교육 예산을 편성했다”며 정치적 성과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텍사스 상원은 여전히 기본 배정액 인상에 소극적이며, 특정 분야 예산 확대에 집중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상·하원 간 최종 합의까지는 적지 않은 조율이 필요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