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영국과 전격 무역 합의 발표… 자동차·철강 관세 완화와 농산물 시장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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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영국이 ‘전면적이고 포괄적인’ 무역 합의에 도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를 공식 발표하며 자신의 재선 임기 중 첫 주요 통상 성과임을 강조했다. 영국 측도 “환상적이고 역사적인 날”이라며 합의의 의미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미국과 영국 모두에게 매우 크고 흥미로운 날”이라며 서두를 열었고, 이어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는 “이번 합의는 미국 상품이 영국 세관을 신속하게 통과하도록 하며, 특히 미국산 농산물의 수십억 달러 규모 시장 접근을 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합의가 상호주의와 공정성을 기반으로 한다며, 국제 무역 원칙의 재확인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타결은 미국이 지난 4월 전 세계 수입품에 ‘상호주의 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한 이후 첫 양자 무역 조정 합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브렉시트 이후 독자적 무역 전략을 강화하는 영국과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미국 사이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이뤄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출처: Truth Social

자동차·철강에서 농산물·디지털세까지… 실리 중심 합의

합의의 핵심 중 하나는 영국산 자동차와 철강 제품에 대한 미국의 고율 관세 완화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해당 품목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해왔지만, 이번 조정으로 영국산 자동차는 연간 10만 대 한도 내에서 10% 관세만 적용받는다. 일부 철강 제품과 항공기 부품은 무관세 수입이 허용되며, 그 대가로 영국은 미국 보잉 항공기를 약 100억 달러 규모로 구매할 예정이다.

미 상무부 하워드 루트닉 장관은 “영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는 동시에 미국 제조업에도 실익이 돌아가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국은 2024년 기준 영국 전체 자동차 수출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도 주요 수출 품목이다. 이번 조정이 양국 산업계에 실질적인 혜택을 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반대로 미국은 자국 농산물의 영국 시장 접근 확대를 강하게 요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미국 농업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영국은 미국산 호르몬 처리 쇠고기와 염소 소독 닭고기 등 자국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식품 수입에 거부감을 보여 왔다.

영국 재무장관 레이첼 리브스는 “국민 건강 기준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이번 합의에 관련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일부 외신은 향후 유연한 조정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또 다른 주요 쟁점은 디지털 서비스세다. 영국은 메타, 구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해 매출 기준 2%의 디지털세를 부과해왔고, 이는 첫해에만 약 3억 6천만 파운드의 세수를 확보한 바 있다. 미국은 이를 철폐하거나 축소할 것을 요구해왔으며, 이번 합의에서 해당 세금 조정 여부는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다. 다만, 일부 보도는 양국 간 묵시적인 절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서비스 분야는 미국과 영국 간 무역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2024년 기준 미국은 영국에 약 799억 달러를 수출하고 681억 달러를 수입해, 118억 달러에 이르는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금융, 법률, 정보통신 등 전문 서비스의 교류가 활발하며, 이번 합의가 관련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장인가, 전환점인가… 양국 정치·경제 관계의 새 장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상을 ‘전면적이고 포괄적인 합의’로 자평했지만,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자유무역협정(FTA)과는 구분되는 제한적 조정으로 보고 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케빈 해리스는 “이는 특정 품목 중심의 선별적 관세 조정에 불과하다”며, 행정명령을 통한 신속한 이행 가능성을 지적했다.

영국 측도 초기 발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적 표현을 반복하지 않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주미 영국 대사 피터 맨델슨은 “현실적으로 최대한 이끌어낸 결과”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은 ‘진실된 과장’일 가능성이 있다고 에둘러 설명했다.

CNN은 경제학자 저스틴 울퍼스의 발언을 인용해 “이번 합의는 높은 관세 장벽 완화의 신호일 순 있지만, 전면적인 자유화 조치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치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과 스타머 총리 모두에게 의미 있는 성과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상호주의 관세 정책 이후 첫 무역 성과로서, 보호무역 기조의 실효성을 내세우며 지지층 결집에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스타머 총리 역시 브렉시트 이후의 통상 전략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확보하며, 경제 회복의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은 최근 인도와도 무역 협정을 체결하며 통상 외교를 다변화하고 있으며, 이번 미국과의 합의로 대서양 파트너십도 재정비하고 있다. 스타머 총리는 “이번 합의는 수천 개의 일자리를 보호하며 최대한 빠르게 발효될 것”이라며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다만 국제 무역 환경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혔지만, 캐나다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우리는 그들의 시장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해 타국과의 협상에서 기존의 강경한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과거 트럼프 1기 당시에도 미·영 무역 협상은 있었으나 실질적인 타결은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의 실제 이행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합의 발표 이후 금융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해 주요 지수가 상승했지만, 세부 조항과 산업계의 반응이 구체화되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기 어렵다. 앞으로 양국 의회 및 관련 업계의 검토 과정에서 추가적인 조정이 이뤄질 수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향후 통상 전략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국제 통상 질서가 재편되는 시점에서, 이번 합의가 일시적인 조정인지, 아니면 새로운 흐름의 신호탄인지는 트럼프 대통령과 스타머 총리의 후속 행보에 달려 있다. 세계는 이들의 다음 선택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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