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선 첫 TV토론…경제·외교 정면충돌, 4인 후보 치열한 비전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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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3일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 선거의 흐름을 가늠할 첫 TV토론이 18일 저녁, 서울 상암동 SBS 공개홀에서 유권자들의 이목 속에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민주노동당 권영국 등 4명의 주요 후보가 참석해 경제부터 외교·안보까지 핵심 현안을 두고 날 선 정책 대결을 벌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지는 조기 대선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이번 토론 결과는 향후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로 다른 국정 비전과 철학 제시…대선 구상 첫 공개

토론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됐으며, 모두발언을 통해 각 후보는 자신이 제시하는 국가 운영 비전과 핵심 가치를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김문수 후보는 “일자리 대통령,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며 “일자리가 곧 복지”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김 후보는 “청년 50만 명 이상이 ‘쉬었음’ 상태에 놓였다”며 “좋은 일자리를 통해 결혼과 출산, 가정의 선순환을 가능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겠다”며 ‘규제혁파위원회’와 ‘규제혁신처’ 설치를 공약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번 선거를 “과거와 미래의 대결”로 규정하며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 철학을 강조했다. 그는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은 과학자들을 국가지도자로 배출하며 앞서가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법률가 중심의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공계 출신의 리더십이 지금 필요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을 “압도적 새로움을 가진 후보”로 소개하며 기술 기반의 경제 정책과 교육 개혁을 예고했다.

이재명 후보는 토론 당일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45주년임을 언급하며 “1980년 5월 광주가 2024년 12월의 대한민국을 구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번 대선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가 아니라 어떤 나라가 되느냐를 결정하는 순간”이라며 “유능한 국민의 일꾼, 유용한 도구로서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안정적이고 실용적인 국정 운영 능력을 내세운 것이다.

권영국 후보는 “차별과 불평등을 끝장내야 한다”며 “노동자, 농민, 자영업자 등 소외된 계층의 목소리를 국정 전면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일해도 가난한 세상, 주변으로 밀려나는 사회구조는 바뀌어야 한다”며 사회개혁의 절박함을 강조했다.

‘저성장 탈출’ 놓고 엇갈린 해법

후보 간 공방은 경제 현안에서 가장 치열하게 전개됐다. 저성장 국면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에 대한 시각은 뚜렷이 갈렸다.

이재명 후보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안정적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시장 주도, 민간 주도의 활력 회복이 해답”이라며 강력한 규제 완화에 방점을 찍었다.

이준석 후보는 과학기술 투자 확대와 교육 시스템의 전면 개혁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을 겨냥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며 “지속가능하지 않은 정책은 책임 있는 정치가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권영국 후보는 “재벌 중심 경제를 타파하고, 노동을 존중하는 사회로 전환해야 내수도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득 불균형 해소와 사회 안전망 강화를 성장 전략으로 제시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 시대의 통상 전략’과 국가 경쟁력 강화 방안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미중 갈등 심화,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각 후보는 자국 중심의 통상 전략과 첨단 산업 육성 해법을 제시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셰셰’ 발언 논란 재점화…외교안보 시선집중

외교·안보 이슈에서도 이재명 후보의 과거 발언이 핵심 논란으로 부상했다. 그가 “대만 문제에 관여하지 말고 중국과 대만 모두에게 ‘셰셰’ 하면 된다”고 언급한 과거 발언이 다시 조명되며, ‘친중’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발언은 지나치게 친중적인 입장”이라며 문제를 제기했고, 김문수 후보는 “대한민국 외교의 기본축은 한미동맹”이라며 “미국 입장에서 이 후보의 발언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이재명 후보는 “발언의 맥락을 잘라낸 단편적인 공격”이라며 “중국과 대만 각각과의 실용적인 관계 유지를 강조한 것이지, 어느 한쪽에 치우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대한민국 외교는 국익을 기준으로 유연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어 서남해 풍력발전 계획을 언급하며 “중국이 장악한 풍력 산업에 우호적 발언을 이어온 배경이 의심스럽다”고 재차 공세를 펼쳤다.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재생에너지는 특성상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통해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응수했다.

북핵 문제, 한미동맹의 미래, 대중·대러 관계 설정 등 민감한 외교안보 이슈에 대해서도 후보들은 각자의 입장을 드러내며 팽팽한 긴장감을 이어갔다.

집중 견제 속 전략 드러낸 토론…정책 검증은 여전히 미흡

토론에서는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다른 후보들의 공세가 집중됐다. 자연스럽게 이 후보를 중심으로 긴장감 있는 공방이 이어졌고, 후보 간 대비되는 입장과 전략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재명 후보는 비교적 방어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차분한 태도로 응수했다. 공세를 피하기보다는 정책 설명에 집중함으로써 안정적이고 준비된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전략이 엿보였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진짜 일꾼’을 강조하며 실용성과 현실성을 부각했고, 이준석 후보는 신선함과 기술 중심의 비전을 통해 이 후보와 차별화를 꾀했다. 권영국 후보는 거대 양당의 대안으로서 진보적 정체성을 뚜렷이 드러냈다.

이번 토론은 후보별로 6분 30초의 발언 시간을 배정받는 총량제 방식으로 진행됐고, 이후 두 가지 공약에 대한 검증 토론이 이어졌다. 그러나 제한된 시간과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깊이 있는 정책 토론보다는 다소 형식적인 공방에 머물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유권자들은 반복적인 상호 비난과 정쟁 중심의 발언에 피로감을 호소했고, 뉴스타파 등 일부 언론은 각 후보의 발언을 팩트체크하며 유권자들의 판단을 지원하고 있다.

남은 레이스, 변곡점 될까

이제 유권자들의 관심은 23일 사회 분야, 27일 정치 분야를 주제로 한 추가 초청 토론회에 쏠려 있다. 각 후보는 이번 토론에서 드러난 약점을 보완하고, 정책 및 비전을 보다 설득력 있게 전달할 필요에 직면했다.

한편, 자유통일당 구주와 후보를 비롯해 무소속 황교안·송진호 후보가 참여하는 별도 TV토론이 19일 밤 예정돼 있어, 주류 후보 외의 목소리도 유권자들에게 전달될 전망이다.

남은 보름여의 선거운동 기간 동안 후보들은 유세, 인터뷰, 지역 순회 등 다양한 경로로 유권자와의 접점을 늘리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첫 토론이 향후 대선 판도를 바꿔놓을 결정적 순간이 될지, 아니면 일시적 논란에 그칠지는 향후 유권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TV토론이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철학과 역량을 직접 비교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장치라는 점이다. 남은 토론에서 후보들은 보다 충실한 준비와 책임 있는 메시지로 유권자의 판단을 도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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