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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에 ‘무조건 항복’ 요구…‘최대 압박’ 넘은 군사 위기 고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무조건 항복(Unconditional Surrender)’을 공개 요구하며 중동의 긴장 수위를 다시 한번 끌어올렸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교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나온 이 같은 초강경 메시지는 과거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정책의 연장선을 넘어서 군사 개입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는 입장으로 읽히며, 중동 전역이 불안정한 전운에 휩싸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를 조기 퇴장한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이란 최고지도자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직접 겨냥했다. 이어 “그는 쉬운 표적이지만, 지금은 안전하다. 적어도 당장은 그렇다”고 언급하며 사실상 정권 교체를 암시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또 “우리는 이제 이란 상공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며, 외교적 출구 없이 이란의 항복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이 아닌 분쟁의 실질적 종식을 원한다”며 이란 핵프로그램의 영구적 해체가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은 중동에 대한 미군의 군사력 재배치와 맞물려 나온 것이다. 미 국방부는 항공모함과 공중급유기 추가 배치를 진행 중이며, 우크라이나로 향할 예정이던 수만 기의 대드론 미사일이 중동으로 급히 전환된 사실도 확인됐다. 이는 미국이 이번 사태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외교에서 압박으로—급변한 트럼프의 행보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해법에 무게를 두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3월에는 하메네이에게 새로운 핵협상 제안서를 전달했고, 오만에서 비공식 실무 접촉도 진행됐다. 그러나 이란이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군사적 위협 수위를 높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은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미 정보당국에 따르면,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이란 핵시설에 대한 선제 타격을 강행할 준비를 마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기에는 자제를 촉구했지만, 협상 진전에 진척이 없자 이스라엘 측의 군사행동을 묵인하고 정보 및 무기 지원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번 이스라엘의 공습에는 미국이 제공한 벙커버스터 폭탄과 위성정보가 핵심적으로 활용된 것으로 파악된다.
위기의 뿌리, ‘최대 압박’의 유산
이번 긴장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 1기 행정부 당시 추진된 대이란 강경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합의(JCPOA)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며 오바마 정부의 주요 외교성과를 뒤집었다. 그는 이 합의를 “이란의 미사일 개발이나 테러 지원을 전혀 억제하지 못한 형편없는 거래”라고 비판했다.
이후 미국은 이란 경제를 겨냥해 광범위한 제재를 부활시켰다. 석유, 금융, 철강 등 핵심 산업에 대한 제재는 물론, 제3국 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세컨더리 보이콧’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이란의 원유 수출은 하루 230만 배럴에서 26만 배럴 수준으로 급감했고, GDP는 2019년 기준 -9.5%를 기록하며 경제가 심각한 위축을 겪었다.
| 미국 제재가 이란 경제에 미친 영향 | 내용 |
|---|---|
| GDP 성장률 | 2019년 -9.5% (IMF) |
| 원유 수출량 | 일일 230만 → 26만 배럴 (2018~2019) |
| 외국인 투자 | 사실상 전면 중단 |
하지만 이러한 압박은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기보다는 우라늄 농축 활동의 재개와 군사적 도발이라는 역효과를 낳았다. 이란은 핵합의의 제한을 단계적으로 위반하며 농축 수준과 저장량을 늘려갔고, 이는 이스라엘의 공습 명분으로 이어졌다.
솔레이마니 제거 이후 되풀이되는 위기
군사적 긴장의 고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피격 사건이 잇따르자 미국은 항공모함을 급파했고, 같은 해 미군 무인정찰기 격추에 대한 보복 공격이 임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 10분 전 이를 철회하며 일촉즉발의 위기를 피했다.
2020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은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드론 공격으로 제거했다. 이 사건은 이란의 미사일 보복으로 이어졌고, 우크라이나 민간 항공기 격추라는 비극까지 불러왔다. 중동 전역이 순식간에 전면전 일보 직전까지 몰렸던 그 당시와 유사한 흐름이 현재 재현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위기가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적 선택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외교적 안전장치를 스스로 제거하고, 경제와 군사 양면에서 압박을 가하는 방식은 이란의 강경한 반발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무조건 항복’이라는 극단적인 요구는 이란 정권의 타협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며, 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이번 위기가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중동이라는 복잡한 지정학의 무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선택은 단순한 외교 전략 이상의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