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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백악관 부활절 행사에 기업 스폰서 유치…전통 훼손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부활절 행사에 기업 스폰서를 유치하려 하면서 또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하빙거’라는 외부 이벤트 업체를 통해 기업 스폰서를 물색 중이며, 이 과정에서 윤리적, 법적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백악관의 이러한 시도는 147년 역사의 전통을 깨는 것으로, 공직을 사익 추구에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백악관이 제시한 스폰서십 패키지는 최소 7만 5천 달러(약 1억 원)에서 최대 20만 달러(약 3억 원)에 달한다. 후원 기업은 후원 금액에 따라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구체적으로 행사 당일 로고 노출, 브랜드 간식 제공,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의 브런치 초대, 백악관 출입 기자단과의 교류 기회, 백악관 개인 투어 등의 파격적인 혜택이 제공된다. 특히 최대 금액인 20만 달러를 후원하는 기업에게는 백악관 내 기업 부스 설치, 브랜드 스낵 및 음료 판매 권한까지 주어진다.
이러한 기업 스폰서십 유치 시도에 대해 윤리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공직을 사적 이익에 활용하는 행위는 연방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윤리 담당 변호사였던 리처드 페인터 (Richard Painter, former Chief White House Ethics Lawyer, 2005-2007)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백악관이 광고판처럼 운영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시민 책임 및 윤리 단체(CREW)의 수석 변호사인 도널드 셔먼 또한 백악관과 관련된 이러한 사례를 본 적이 없다고 언급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백악관 ‘부활절 달걀 굴리기’의 시작은 1878년…전통과 변화의 147년
미국 백악관의 부활절 대표 행사인 ‘이스터 에그 롤(Easter Egg Roll)’은 1878년부터 이어져온 유서 깊은 전통이다. 지금은 대통령 가족과 유명 인사, 수천 명의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국가적 이벤트로 자리잡았지만, 그 시작은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 사라지면서 비롯됐다.
1878년 4월 22일, 러더퍼드 B. 헤이스(Rutherford B. Hayes) 대통령은 부활절 다음 날인 ‘이스터 먼데이’에 백악관 남쪽 잔디밭(South Lawn)을 일반에 개방했다. 앞서 의회는 국회의사당 잔디밭의 공공 이용을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켰고, 이에 따라 어린이들이 새로운 달걀 굴리기 장소를 찾던 상황이었다. 이 결정이 백악관 부활절 행사의 출발점이 됐다.
이후 아이들이 대통령을 직접 만나기 위해 백악관 내부까지 들어서는 풍경도 나타났다. 1885년에는 아이들이 동쪽 방(East Room)까지 줄지어 들어섰고, 그로버 클리블랜드(Grover Cleveland) 대통령은 아이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때부터 대통령과의 ‘달걀 리셉션’이 비공식 전통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1889년에는 음악이 처음 도입됐다. 벤저민 해리슨(Benjamin Harrison) 대통령은 해병대 군악대(Marine Band)에 행사장을 밝히는 경쾌한 연주를 요청했고, 백악관 잔디밭에는 웃음소리가 더해졌다.
그러나 모든 해에 행사가 열린 것은 아니다. 제1차 세계대전 중인 1918년에는 워싱턴 D.C. 식품행정관 찰스 윌슨(Charles Wilson)이 전시 식량 절약 정책에 따라 달걀을 낭비할 수 없다며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이후 기술도 전통에 결합됐다. 1929년 4월 1일, 백악관 부활절 행사는 처음으로 라디오를 통해 생중계됐고, 방송국은 워싱턴 D.C.의 WRC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1942년부터는 보안상의 이유로 백악관 행사 자체가 중단됐다. 잠시 국회의사당 부지로 옮겨졌지만, 이후 전쟁 기간 동안 공식 행사는 열리지 않았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식량 절약과 백악관 리노베이션으로 인해 1946년부터 1952년까지는 행사가 계속 취소됐다. 해리 S. 트루먼(Harry S. Truman) 대통령은 당시 식량 절약을 이유로 중단을 결정했고, 이후 백악관 남쪽 잔디밭이 공사장으로 바뀌면서 행사가 연기됐다.
1969년에는 ‘백악관 이스터 버니’가 처음 등장했다. 퍼스트레이디 패트 닉슨(Pat Nixon)의 비서진이 토끼 옷을 입고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하나의 상징이 만들어졌다. 지금도 이스터 버니는 매년 백악관 부활절 행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내용 출처: The White House Historical Association
1981년에는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대통령 부부가 유명 인사들의 서명이 담긴 나무 달걀을 숨겨놓고 찾는 게임을 도입했다. 이때부터 나무 달걀은 백악관 공식 기념품으로 자리잡게 됐다.
1998년에는 백악관 웹사이트를 통해 행사 전 과정이 생중계되었고, 2009년에는 처음으로 온라인을 통한 티켓 배포가 이뤄졌다. 이처럼 기술 변화에 따라 행사 방식도 점차 진화하고 있다.
다만 날씨나 외부 변수로 인한 행사 취소도 여러 차례 있었다. 1959년, 1964년, 1978년, 1984년, 2001년은 악천후로 인해 행사 개최가 무산됐다. 가장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2020년과 2021년 행사가 전면 취소됐다.
백악관 부활절 달걀 굴리기는 단순한 놀이 행사를 넘어, 미국 현대사의 변화와 흐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사로 자리잡았다. 대통령이 바뀌고 시대가 바뀌어도, 백악관 잔디밭 위를 구르는 알록달록한 달걀은 여전히 매년 봄을 알리고 있다.
백악관 부활절 달걀 굴리기는 1878년부터 이어져 온 유서 깊은 행사다. 과거에는 기업 후원이 제한적이었고, 그나마 기증된 품목에도 기업 로고를 최소화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스폰서십을 통해 상업적 요소를 대폭 확대했다. 이는 백악관이 오랫동안 지켜온 전통과의 단절을 의미하며, 공공 영역과 사적 영역의 경계를 허무는 행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에도 공적 지위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백악관 잔디밭에 테슬라 차량을 전시하고, 자신의 이름을 딴 밈코인을 출시하는 등 여러 차례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 부활절 행사 스폰서십 논란은 이러한 비판을 더욱 거세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이전에도 백악관 행사에 기업 후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기업의 브랜드 노출을 극도로 제한했고, 후원금 사용처도 투명하게 공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시도는 기업에게 과도한 홍보 기회를 제공하고, 후원금 사용처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어 더욱 비판을 받고 있다.
이번 논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기업 스폰서십 유치를 강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윤리적, 법적 문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질 경우, 스폰서십 계약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또한, 차기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백악관 운영 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부활절 행사 기업 스폰서 유치 시도는 백악관의 오랜 전통을 훼손하고, 공직자의 윤리적 책임을 저버리는 행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트럼프 측이 향후에도 이 같은 방식의 기업 유치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정치적 중립성과 공공성을 둘러싼 논쟁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