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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코로나19 실험실 유출설 지지 웹사이트 Lab Leak 전격 개설
미국 백악관이 코로나19의 기원과 관련해 실험실 유출설을 지지하는 공식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기존에 코로나19 백신과 검사 키트 정보 등을 제공하던 정부 사이트(covid.gov, covidtests.gov)를 대체해 신설된 ‘Lab Leak: The True Origins of COVID-19’ 페이지는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의 연구소에서 실수로 유출됐다는 가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사이트는 “미국 국민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는 문구로 시작해, 앤서니 파우치(Anthony Fauci) 박사가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The Proximal Origin of SARS-CoV-2’ 논문이 실험실 유출설을 억제하려는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결과물이라고 주장한다. 또 우한바이러스연구소(Wuhan Institute of Virology, WIV)에서 진행된 위험한 유전자 조작 실험이 바이러스 발생의 직접적 원인이며, 미국 국립보건원(NIH) 자금이 이 연구에 투입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웹사이트 공개에 맞춰 백악관은 코로나19 기원과 관련된 미 하원 감독위원회 특별소위원회의 557쪽짜리 최종 보고서도 함께 게재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자연 발생이 아닌 실험실 사고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미 의회의 공식 보고서이다. 지난 2024년 12월 4일 공개된 미 하원 코로나19 특별소위원회 최종 보고서는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에 위치한 우한바이러스연구소(WIV)에서 연구 중 사고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가장 타당한 설명”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미 에너지부와 연방수사국(FBI)의 분석 결과가 담겼다. 에너지부는 “낮은 신뢰도”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실험실 유출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했으며, FBI는 이보다 더 높은 “중간 신뢰도” 수준에서 같은 결론을 내렸다. 반면 자연적인 동물 전파 가설에 대해서는 “낮은 신뢰 수준”이라는 평가가 함께 제시됐다.
보고서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코로나19와 유사한 사스(SARS)-계열 바이러스에 대한 유전자 조작 실험이 이루어졌다는 점, 또 하나는 이 연구에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의 자금이 일부 지원됐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NIH 자금을 지원받은 에코헬스 얼라이언스(EcoHealth Alliance)는 2018년 미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에 제출한 연구 제안서에서 인간 감염을 쉽게 만들 수 있는 ‘퓨린 절단 부위(furin cleavage site)’ 삽입 실험을 포함시키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연히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자연계의 다른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이 ‘퓨린 절단 부위’를 갖고 있다.
콜롬비아대 전염병학자인 이안 립킨(Ian Lipkin) 교수는 조사 과정에서 “자연 발생을 뒷받침하는 논문들은 대부분 ‘의자 위에서만 작성된 역학 분석'”이라며 자연 기원설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바이러스 유전학자인 알리나 찬(Alina Chan)은 “우한 시장에서 감염된 동물 샘플이 확보된 적이 한 번도 없으며, 바이러스의 초기 확산 경로 역시 실험실 근처와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는 중국 공산당의 정보 통제와 세계보건기구(WHO)의 대응 실패도 지적됐다. 초기 발병 사실을 은폐하려 했던 정황과 WHO가 중국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보고서를 발표한 점은 팬데믹 초동 대응을 심각하게 지연시켰다는 것이다.
코로나19 기원 논란의 중심에 있던 앤서니 파우치(Anthony Fauci) 박사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파우치 박사는 2020년 2월 과학자들에게 ‘실험실 유출설을 부정하는 방향’의 논문을 작성할 것을 권유했으며, 이는 이후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실렸다.
실험실 유출설에 대한 주장은 정치적 견해를 떠나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해 점점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영국의 전 총리 보리스 존슨(Boris Johnson)조차도 최근 “이제는 이 바이러스가 중국 연구소의 잘못된 실험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지배적인 설명으로 보인다”고 입장을 바꿨다.
물론 이 같은 분석이 ‘확정된 진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보고서 역시 일부 정보기관의 분석이 여전히 자연 발생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적어도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의 무게는 실험실 유출 쪽으로 크게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편, 보고서는 이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고위험 바이러스 연구의 국제적 규제 ▲연구 투명성 확보 ▲공중보건 관련 정보의 정치적 왜곡 방지 등의 조치를 강력히 권고했다.
이번 백악관의 행보는 전통적으로 공공 보건 중심이었던 정부 웹사이트가 정치 메시지 플랫폼으로 전환된 상징적인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보건 이슈를 정치화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향후 공공 보건 신뢰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한편, 백악관은 해당 웹사이트를 통해 “향후 팬데믹 대응은 과거의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연구의 투명성과 국제 감시 체계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적 중립성과 객관성을 기반으로 해야 할 팬데믹 정보가 정치적 해석을 덧입으면서, 논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