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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워싱턴 DC ‘범죄 비상사태’ 선포…연방정부 직접 개입
백악관, “DC는 통제 불능 상태” 강력 비판…메트로폴리탄 경찰서 연방 통제 하에 편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치안 악화를 이유로 ‘범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DC 메트로폴리탄 경찰서를 연방정부 직접 통제 하에 두는 초강경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백악관이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을 통해 “DC의 범죄가 통제 불능 상태”라며 “수도로서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 치안 붕괴가 연방정부 운영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는 미국 수도의 치안을 연방정부가 직접 관할하는 극히 이례적인 조치로, 지방정부와 연방정부 간 권한 갈등이 격화될 전망이다.
살인율 전국 4위…국제적으로도 위험 수준
백악관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DC의 살인율은 인구 10만명당 27.3건으로 전국에서 네 번째로 높았다. 이는 뉴욕시보다 6배 가량 높은 수치로, 만약 DC가 하나의 주(州)였다면 전미에서 가장 높은 살인율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DC의 살인율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보다 3배, 쿠바 아바나보다 18배 높다는 점이다. 2012년 인구 10만명당 13.9건이었던 살인율이 1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절도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DC의 차량 절도율은 인구 10만명당 842.4건으로 전국 평균(250.2건)의 3배를 넘어선다. 카재킹의 경우 2018년 대비 2023년까지 547% 증가해 2024년에는 2018년 대비 3배에 달했다.
“해방의 날”…방위장관에 DC 방위군 동원 지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오늘은 DC의 해방의 날”이라며 “우리의 수도를 되찾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팸 본디 법무장관이 즉시 메트로폴리탄 경찰서 지휘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의 각서를 통해 국방장관에게 DC 방위군(District of Columbia National Guard) 동원을 지시했다. 각서에는 “DC 지방정부가 공공질서와 안전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며 “5월 대사관 직원 2명 살해, 6월 백악관 인근에서 발생한 의회 인턴 총격 사망 사건, 며칠 전 행정부 직원이 폭력배들에게 무참히 구타당한 사건” 등을 구체적 근거로 제시했다.
시민들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 vs “연방 과잉 개입” 우려
백악관이 공개한 시민 인터뷰에서는 연방정부의 강력한 개입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3살 손녀를 총격으로 잃은 한 남성은 “시장이 상황을 충분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DC 주민은 “범죄를 막을 수 있다면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했으며, 수도 방문객은 “미국의 수도인 만큼 사람들이 방문하고 싶어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며 “경찰력 강화로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다시 찾을 수 있게 된 것이 좋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연방정부의 지방정부 권한 침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DC 자치권을 보장한 1973년 홈룰법(Home Rule Act)에 따라 비상시에만 연방정부가 DC 경찰을 통제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어, 이번 조치의 법적 근거와 지속성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선거 공약 이행…정치적 상징성도 부각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운동 기간 중 수도를 “안전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취임 3주 만에 단행된 이번 조치는 강력한 치안 정책을 내세운 그의 핵심 공약 이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DC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으로, 공화당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정치적 상징성도 크다는 분석이다. 향후 DC 시정부와 연방정부 간의 권한 다툼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