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미 무역대표부, ‘2025년 무역장벽보고서(NTE)’ 공개…한국 관련 주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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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3월 31일(현지시간), 총 397페이지에 달하는 ‘2025년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ational Trade Estimate Report, 이하 NTE)’를 대통령과 의회에 제출했다. 매년 3월 31일까지 의무적으로 발간되는 이 보고서는 미국 수출업체가 전 세계에서 직면하는 무역 장벽을 조사해 대통령과 의회에 보고하는 공식 문서다. 미 정부는 다른 정부기관, 주재 대사관, 민간 의견수렴 등을 거쳐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으며, 수출 장벽 해소를 위한 미 행정부의 대응 전략도 함께 포함돼 있다.

2025년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무역 정책’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으며, 마크 그리어(Mark Greer) 무역대표는 “현대 미국 역사상 어떤 대통령보다도 트럼프 대통령이 수출업체가 직면한 불공정한 무역 장벽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정부는 불공정하고 상호주의에 어긋난 외국의 관행을 해결하고, 세계시장에서 미국 노동자와 기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체 보고서 중 한국 관련 내용은 약 7페이지 분량으로, 자유무역협정 이행 현황, 비관세 장벽, 농산물 수입 제한, 공공조달 시장 접근 문제, 디지털 서비스 규제, 외국인 투자 제한, 자동차·의약품·방송 콘텐츠 규제 등 다양한 이슈가 망라돼 있다.

KORUS 이후 10년, 여전히 이어지는 현안들

미국과 한국은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으로 산업·소비재의 80% 이상에 대해 즉시 관세를 철폐했으며, 대부분의 상품 관세는 2021년 1월 1일부로 모두 철폐됐다. 일부 수산물에 대한 관세는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농산물의 경우 대다수 미국산 품목에 대해 한국이 관세를 없앴지만, 일부 품목에는 여전히 관세할당제(TRQ)가 적용되고 있다.

2018년 양국은 협정의 일부 조항과 부속 서한을 개정했으며, 현재도 정기적으로 협정 운영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화학물질 규제·포장재 규정, 여전한 비관세 장벽

한국의 화학물질 규제체계는 총 네 가지 법률을 기반으로 운용된다. 미국 기업들은 이들 법률의 시행에 있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부재, 기밀정보 보호 미흡, 시험 대상 선정 및 방법의 투명성 부족 등을 반복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또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재활용법)’에서 적용되는 포장공간 비율 산정 방식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2020년에 제안된 개정안은 전자제품 포장 사전 테스트와 라벨링을 의무화할 가능성이 있어 제품 출시 지연 우려도 제기됐다.

농산물·축산물 시장 접근 제한에 미국 반발

한국의 생명공학 작물 규제 시스템은 절차의 비효율성과 중복 검토로 인해 승인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생명공학 제품 승인은 산업통상자원부(MOTIE) 주도로 5개 부처가 각기 다른 요건을 요구하며 운영되고 있다. 미국은 유전자 편집 기술로 생산된 외래 유전자를 포함하지 않는 제품에 대해 규제 완화를 요청하고 있으며,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또한 한국은 여전히 30개월 미만 소에서 유래한 미국산 쇠고기만 수입을 허용하고 있으며, 가공육류(소시지, 패티 등)는 연령과 무관하게 금지하고 있다. 2025년 1월, 한국은 반려동물 사료 중 미국산 반추동물 성분이 포함된 제품의 수입 위생 조건을 개정했지만, 실질적 접근 확대는 제한적이다.

미국은 블루베리, 감자, 체리, 사과, 배, 당근, 딸기, 냉동 과일류 등 다양한 원예작물의 수입 허용을 요청했으며, 작물 잔류농약 허용치(MRL) 관련 제도 변화도 문제 삼았다. 특히 수의약품 잔류허용치에 대해 코덱스 기준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는다는 한국의 정책 변화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공공조달 시장 접근 제한…암호화 기술·클라우드 인증이 장벽

정보통신 장비에 대한 보안 인증제도(SES)는 한국 국가정보원이 운영 중이며, 공공기관 대부분이 추가적인 국내 인증을 요구한다. 2024년 9월 NIS는 국제적으로 널리 쓰이는 AES 암호 알고리즘을 2025년부터 공식 인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지만, 현재까지는 한국 특화 알고리즘(ARIA, SEED)만 인증되고 있어 미국 기업에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 인증제도(CSAP)도 외국 CSP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물리적 데이터 분리, 국내 인력 고용, 한국 내 백업 등 엄격한 요건으로 인해 미국 기업들의 공공시장 참여가 제한됐다. 2024년 9월, NIS는 중간등급 인증까지는 로컬 암호화 요건을 면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제한적 개선이라는 평가다.

IP 보호 제도는 선진적이지만…가짜상품·지리적 표시엔 과제

한국은 지식재산권 보호 체계가 전반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소형 국제 특송을 이용한 가짜상품 유통, 지리적 표시 문제, 형사 및 민사 제재 수준 부족 등 일부 문제점도 남아 있다.

디지털 서비스·데이터 이전 규제, 미국 대형 플랫폼에 불리

한국 국회는 2021년 이후 외국 콘텐츠 제공자에게 통신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법안을 다수 발의했으며, 이는 자국 통신사 겸 콘텐츠 제공자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24년에는 글로벌 매출 기준 특정 디지털 기업을 규제하려는 경쟁 정책 논의가 진행됐으며, 미국 대기업들이 타깃이 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특히 지도·내비게이션·위치기반 서비스와 관련한 데이터의 해외 반출은 별도 인허가가 필요하고, 지금까지 한 건도 승인된 적이 없어 사실상 금지에 가깝다. 개인정보 보호법(PIPA) 개정으로 인해 글로벌 매출을 기준으로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된 것도 미국 기업에 부담이 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 제한 여전…미디어·에너지·운송·농축산 등 규제

한국은 통신, 방송, 에너지, 운송, 축산 등 여러 분야에서 외국인 투자 제한을 유지하고 있다. 뉴스 통신은 25%, 방송 콘텐츠 제작 및 송출은 49%까지만 외국인이 지분을 보유할 수 있으며, 원자력 발전에는 외국인 투자가 아예 금지돼 있다. 미국 투자자는 일부 TV 프로그램 분야에서 100% 소유가 가능하지만, 다수 분야는 여전히 규제 대상이다.

자동차·의약품 분야 투명성 부족 문제 제기

한국의 자동차 배출가스 관련 부품 규제는 변경 유형별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수입차 업체에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열려 있는 상황이다. 의약품과 의료기기 가격 책정 및 보상 체계에서도 절차적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으며, ‘혁신 제약사 인증제’의 기준과 탈락 사유 불투명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2025년 NTE는 한국을 포함한 주요 무역 상대국들의 제도적·비제도적 장벽을 전면 점검한 문서로, 미국의 통상 정책 기조가 보다 공격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입장에서는 민감한 분야가 다수 거론된 만큼, 향후 양국 간 통상 협의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한미 FTA 이후 통상 이슈 타임라인

  • 2012 | KORUS 발효 – 산업·소비재 80% 관세 즉시 철폐
  • 2018 | KORUS 일부 조항 개정 – 미국·한국, 협정 시행 문제 해결 위해 수정
  • 2020 | 재활용법 개정안 발의 – 전자제품 포장 사전 테스트·라벨링 우려
  • 2021 | KORUS 모든 관세 철폐 완료 – 유예된 품목까지 전면 무관세
  • 2021~ | 망 사용료 법안 다수 발의 – 외국 콘텐츠 제공자 대상 규제 논의
  • 2024~2025 | 경쟁 정책 논의 확대 – 글로벌 매출 기준 디지털 기업 규제 추진
  • 2024.09 | AES 알고리즘 도입 예고 – 2025년부터 SES에 국제 표준 적용
  • 2024.09 | 클라우드 보안 요건 일부 완화 – 중간 등급까진 로컬 암호화 면제
  • 2025.01 | 반려동물 사료 위생 요건 개정 – 미국산 반추동물 성분 수입 조건 변경
  • 2025.03 | 2025 무역장벽보고서 발표 – 한국 관련 7p 집중…비관세 장벽·디지털 규제 등 지적
  • 2026 | 수산물 관세 완전 폐지 예정 – 일부 품목 2026년까지 단계적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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