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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남아공 G20 정상회의 보이콧 시사…“토지 몰수·백인 학살 우려” 주장 논란
업데이트: 4월 1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미국이 참석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Truth Social에 “남아공이 토지를 몰수하고 백인을 학살하고 있다”며 해당 회의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남아공 정부는 이러한 주장을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SNS에 “왜 미국이 ‘토지 몰수와 집단학살’이 주제인 회의에 가야 하느냐”고 되물으며, 백인 농부들이 땅을 빼앗기고 살해당하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이곳이 우리가 G20을 치를 장소인가? 절대 아니다”라고 적었다.

이 같은 발언은 남아공 정부가 올해 제정한 ‘2024년 토지수용법(Expropriation Act 13 of 2024)’과 관련이 있다. 이 법은 공익 목적이 있을 경우 보상 유무와 관계없이 정부가 토지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의 1975년 수용법을 대체하며, 인종과 무관하게 과거 불평등한 토지 분배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남아공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하며 “허위 정보에 기반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 법은 몰수 수단이 아니며 특정 인종을 겨냥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남아공 외교부도 “미국 측의 일방적인 Aid 중단과 발언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대화를 통한 협력 관계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해당 법이 백인 농부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하며 미국의 대남아공 원조 대부분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어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국무장관은 지난 2월 G20 외교장관 회의를 보이콧하며 “남아공은 반미적 의제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밝혔다.
논란의 중심에는 급진 좌파 성향의 경제자유투사당(EFF)이 있다.
이 정당의 줄리어스 말레마 대표는 과거 “토지를 점거하고 필요시 폭력도 불사하겠다”는 발언으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영상 일부를 자신의 게시물에 첨부하며 이를 ‘백인 학살 증거’로 삼았지만, EFF 측은 “트럼프는 정당한 토지 개혁을 자신이 G20 회의에 참석하지 않기 위한 핑계로 삼고 있다”고 반박했다.
EFF는 또 “그는 경제적 외교 실패를 감추기 위해 남아공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트럼프야말로 전 세계적 조롱을 받고 있는 ‘경제적 학살’을 벌이는 인물”이라고 반격했다. 이 정당은 광산과 은행 국유화, 보상 없는 토지 수용 등을 헌법 틀 안에서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해 총선에서 10% 지지율을 기록한 바 있다.
백인 농민에 대한 ‘집단학살’ 주장 역시 과거부터 극우 세력에서 지속 제기돼왔지만, 전문가들과 국제기구들은 이를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 규정하고 있다. 예일대학 역사학자 대니얼 마거지너는 “진정한 피해자는 오히려 땅을 빼앗기고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 흑인 농민들이었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밀착하는 남아공…트럼프의 G20 보이콧 또 다른 배경?
트럼프 대통령의 G20 불참 결정에는 단순히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농지 몰수 정책에 대한 반발 외에도 복합적인 외교 전략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최근 몇 년간 중국과의 관계를 급속히 강화해 온 점도 주목할 만하다.
남아공은 중국의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이니셔티브에 참여한 최초의 아프리카 국가 중 하나이며, 중국은 남아공 최대 무역 파트너로 떠올랐다. 2023년 양국 교역액은 341억 8천만 달러에 달했고, 철도·항만·재생에너지 등 전략 인프라 부문에서 중국 자본과 기술의 영향력이 뚜렷하게 확대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남아공은 BRICS 회원국으로서 중국 주도의 다자체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미국 중심의 글로벌 거버넌스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과도 맞물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중국의 경제·군사적 팽창에 강경하게 대응해왔으며, BRICS 확대와 일대일로 참여국에 대한 경계심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또한 남아공은 유엔 인권 이슈에서도 중국의 입장에 동조하는 경향을 보여왔으며, 중국의 정치 체제와 군사 협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도 감지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흐름을 미국의 전략적 위협으로 간주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아공 내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단순한 외교 협력을 넘어 정치·문화·경제 전반에 걸친 전방위적 개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를 외교적으로 ‘거부’한 또 다른 이유일 수 있다.
한편, 남아공은 현재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이스라엘을 상대로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집단학살’을 이유로 제소한 상태다. 이런 외교적 맥락도 트럼프 행정부의 반감을 키운 요소로 해석된다. 백악관은 공식 성명을 통해 “남아공 정부는 인권을 외면하며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남아공 내에서도 토지개혁을 둘러싼 갈등이 여전히 첨예하다고 본다. 상업용 농지의 70% 이상이 백인 소유이며, 다수의 흑인 주민은 여전히 빈곤 속에 살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개혁 필요성은 공감대를 얻고 있지만, 수단과 방법에서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남아공 정부는 “그 어떤 토지도 몰수된 적 없으며, 인종적 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반복되는 ‘학살’ 언급은 국제적 외교 갈등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남아공 소식을 이렇게 깊은 분석으로 알게 되어서 감사드립니다.
그곳에서는 언제나 흑인들이 백인에게 착취 당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사실은 또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어요.
세상은 이렇게 쉴 새 없이 바뀌고 있네요.
남아공을 바라보는 대부분의 시선이 하나로 고정돼 있던 만큼, 그 이면을 들여다보는 일도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말씀처럼,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닌 복잡한 역사와 구조가 얽혀 있는 현실을 이해하려는 시도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