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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지하 터널 붕괴, 작업자 31명 극적 생환…“지옥에서 걸어나왔다”
7억 달러 터널 공사 중 사고…‘지반 압착’ 현상 원인 지목
2025년 7월 9일 밤 8시께(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남부 윌밍턴 지하 120m에 위치한 터널 공사 현장에서 대규모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지하 깊숙이 작업 중이던 노동자 31명이 갇혔으나, 전원이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구조된 작업자들은 어둠 속에서 사투를 벌였던 당시를 회상하며 “죽는 줄 알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곳은 LA 카운티 위생국(Los Angeles County Sanitation Districts)이 주관하는 ‘클리어워터 프로젝트(Clearwater Project)’ 공사 현장으로, 총사업비가 7억 달러(약 9,100억 원)에 달하는 대형 인프라 사업이다. 이 프로젝트는 1930~50년대에 지어진 노후한 폐수관을 교체하기 위해 직경 5.5m, 길이 약 11.2km의 터널을 건설하는 사업이었다.
사고 발생 당시 터널 내부에는 27명의 작업자가 지상 출입구에서 약 89.6km 떨어진 지점에 있었다. 갑자기 터널 내벽 구조물인 ‘터널 라이닝’이 무너지면서 퇴로가 완전히 막혔다. 흙과 돌이 뒤엉킨 잔해 더미는 최대 높이 약 4.5m에 달했고, 작업자들이 운용하던 터널 굴착기(TBM)와 이들 사이를 순식간에 차단했다.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현장은 즉각 긴급 대응 체제로 전환됐다. 로스앤젤레스 소방국(LAFD)은 도시탐색구조팀(Urban Search and Rescue)을 포함한 100여 명의 구조 인력을 투입했다. 그러나 구조대가 터널 입구에서 긴급 작전을 준비하는 사이, 작업자들은 암흑 속에서 탈출을 위한 필사의 시도를 시작했다.
지상에 있던 동료 작업자 4명이 위험을 무릅쓰고 다시 터널로 들어가 고립된 이들과 합류했다. 총 31명이 된 작업자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흙더미를 직접 기어올랐고, 다행히도 완전히 막히지 않은 좁은 틈새를 통해 잔해 반대편의 터널 굴착기까지 이동했다. 이후 터널 내부의 운송 차량을 이용해 출입구 방향으로 이동했고, 이를 기다리던 구조대의 도움으로 무사히 지상에 올라왔다.
현장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가족들은 불안과 공포 속에 시간을 보냈다. 작업자 3명의 누이 아랄리 오로스코 씨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터널이 붕괴됐다는 문자를 받고 최악의 상황을 떠올렸다”며 “오빠가 겨우 연결된 전화에서 ‘땅속에서 죽는 줄 알았다’며 울먹이는 순간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다”고 전했다.
LA 소방국은 작업자들이 직접 잔해를 넘어 탈출한 덕분에 큰 부상자가 없었다고 밝혔다. 로니 비야누에바 LA 소방국장 대행은 현장에서 “오늘 우리는 매우 운이 좋았다”며 “복잡한 터널 내부에서 작업자들이 스스로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말했다.
현장을 찾은 캐런 배스 LA 시장 역시 “이곳으로 오면서 비극을 각오했지만, 우리 눈앞에 펼쳐진 것은 승리였다”며 구조대원들의 신속한 대응을 높이 평가했다.
‘지반 압착’ 현상 지목…LA 카운티, 전면 정밀 조사 착수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지반 압착(squeezing ground)’ 현상으로 지목됐다. LA 카운티 위생국의 수석 엔지니어 로버트 페란테는 기자회견에서 “이미 완공된 터널 구간에서 주변 지반 압력으로 인해 터널 내벽 구조물이 밀려들어와 붕괴됐다”고 밝혔다. 이는 주변 지반의 압력이 터널 구조물을 압축해 터널 내부로 밀어내는 현상으로, 대규모 터널 공사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위험 요인이다.
이번 사고로 2019년 말 착공한 터널 공사는 즉시 중단됐으며, 현재로서는 재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시공을 담당한 플랫아이언 드라가도스(Flatiron Dragados)는 안전성이 확보될 때까지 무기한 공사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페란테 수석 엔지니어는 “정밀 조사에 돌입한 상황이며, 터널 안전성이 철저히 검증될 때까지 모든 작업이 보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LA 터널 사고는 지난 2010년 칠레 산호세 광산 붕괴 사고를 연상시킨다. 당시 광부 33명이 지하 700m에 69일 동안 갇혔다가 전원 생환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 LA 사고는 칠레와 비교하면 빠르게 자력 탈출이 가능했고, 구조대의 신속한 개입이 있었다는 점에서 불행 중 다행이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동시에 LA시와 카운티가 추진 중인 대규모 인프라 공사가 내포한 잠재적 위험성을 생생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향후 안전관리에 대한 숙제를 남겼다. 현재 LA 카운티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하 공사 전반에 걸쳐 안전 점검과 관리 시스템 강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LA시와 카운티가 이번 사건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향후 유사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작업자들의 극적 생환은 모두에게 큰 안도감을 주었으나, 이를 계기로 터널 공사의 안전성 확보라는 더 큰 과제가 남아있음을 명확히 각인시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