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의 ‘조용한 영토 확장’…미국·한국 안보 심장부 파고든 토지 매입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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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국영기업의 군사기지 인근 농지 매입에 ‘국가안보’ 내세워 초강경 대응
한국 역시 중국 국적자 부동산 매입 급증…대통령실 인근 중국 정부 이태원 부지 매입 논란
실제 소유 규모는 미미하나 ‘전략적 위치’가 핵심…경제 개방성과 안보 주권 사이 딜레마

중국 자본의 해외 부동산 매입이 미국과 한국을 동시에 뒤흔드는 안보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과거 순수한 투자 활동으로 여겨졌던 토지 매입이 미·중 전략 경쟁 심화라는 지정학적 격변 속에서 ‘조용한 영토 확장’이자 ‘안보 위협’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핵심 군사시설 인근 농지와 한국의 수도 서울 심장부 부동산에 중국 자본과 정부의 손길이 닿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국 모두 경제적 논리를 뛰어넘는 국가안보 차원의 대응에 나서고 있다.

통계상 중국 소유 토지의 전체 면적은 미미할지라도, 그 ‘전략적 위치’가 갖는 함의는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경고음이 워싱턴과 서울에서 동시에 울려 퍼지고 있다.

미국, 중국 농지 매입에 ‘안보 위협’ 규정…연방·주정부 차원 규제 강화

미국에서 중국의 농지 소유 문제는 이미 여야를 초월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정치권과 언론은 연일 중국 자본의 농지 매입이 미국의 식량 안보를 위협하고, 특히 군사기지 인근 토지 매입은 잠재적인 스파이 활동의 거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이러한 우려가 폭발한 기폭제는 2021년 중국 푸펑 그룹이 노스다코타주 그랜드포크스 공군기지에서 불과 20km 떨어진 곳에 대규모 옥수수 가공 공장 부지를 매입하려던 사건이었다. 미 공군은 해당 부지가 군사 통신을 감청하거나 교란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심각한 안보 우려를 제기했고, 결국 연방 정부의 개입으로 이 거래는 무산됐다.

텍사스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중국의 한 억만장자가 델리오의 로플린 공군기지 인근에 14만 에이커(약 566㎢)에 달하는 토지를 풍력발전소 부지로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자, 텍사스 주의회는 2021년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 적대국의 기업 및 정부가 핵심 인프라 계약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 농무부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국 투자자가 소유한 미국 농지는 약 27만 7천 에이커(약 1,122㎢)로, 2021년 정점이었던 38만 4천 에이커에 비해 27% 감소했다. 이는 전체 외국인 소유 미국 농지의 1% 미만, 미국 전체 사유 농지의 0.02%에 불과한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소유 면적의 크기보다 ‘위치’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미시간 주립대학교 데이비드 오르테가 교수는 “중국의 농지 투자는 식량 자급자족 능력을 구축하려는 동기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면서도, “군사기지 인근과 같은 민감한 지역의 토지 매입은 국가안보적 검토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미국 의회와 주 정부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23년에만 33개 주에서 81개에 달하는 중국인의 토지 소유 제한 법안이 발의되었고, 플로리다주 등 일부 주에서는 실제로 법이 통과되었다. 연방 차원에서도 미 상원은 국방수권법 개정안에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국적자의 농지 매입을 제한하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는 최근 군사시설 등 민감한 지역 인근의 부동산 거래에 대한 심사 권한을 대폭 확대하는 규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는 사실상 민감 지역 내 중국 자본의 부동산 투자를 원천 차단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 대통령실 1.5km 거리에 중국 정부 소유 토지…’안보 무방비’ 논란

미국의 상황은 더 이상 강 건너 불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중국 국적자의 부동산 매입이 급증하면서 비슷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서울 한복판의 전략적 요충지에 중국 정부가 직접 토지를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었다.

논란의 중심에는 2018년 12월 중국 정부가 주한 중국대사관을 통해 매입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부지 4,000여㎡가 있다. 이 부지는 대통령실과 향후 이전 예정인 미 대사관 부지로부터 불과 반경 1.5km 내에 위치한 극도로 민감한 지역이다. 매입 당시 299억 원이었던 부지의 현재 가치는 1,00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수년째 빈 땅으로 방치된 채 감시 카메라만 설치되어 있어 그 용도를 둘러싼 의혹을 키우고 있다.

중국대사관 측은 ‘공무용’ 부지이며 코로나19로 개발이 지연됐다고 해명했지만,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사건은 외국 정부의 부동산 매입에 대한 한국의 허술한 규제 실태를 수면 위로 드러냈다. 외교부 관계자는 “외국 공관의 토지 매입 시 우리 정부의 사전 승인이나 신고를 받아야 할 법적 의무가 없다”고 확인했다.

통계는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2022년 기준 중국인이 소유한 국내 토지 면적은 총 20.66㎢로, 국회가 위치한 여의도 면적의 약 7배에 달한다. 2024년에는 국내 외국인 부동산 거래의 64.9%를 중국인이 차지했으며, 외국인이 소유한 국내 주택 10만여 채 중 56.2%인 5만 6천여 채를 중국인이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정보업체 주와이 IQI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 부동산에 대한 중국인 구매 문의는 전년 동기 대비 180%나 급증했다.

상황이 이렇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규제 강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인이 중국에서 부동산을 소유하기는 극히 어려운 반면, 중국인은 국내에서 자국 대출 등을 활용해 비교적 자유롭게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다는 ‘상호주의 위배’ 지적이 대표적이다. 국회에서는 외국인의 투기성 부동산 매입을 규제하고, 특히 안보상 중요한 지역의 토지 거래에 대해서는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재민 교수는 “한국이 그동안 외국인 투자에 개방적인 정책을 유지해왔지만,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규제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경제와 안보의 갈림길…균형 잡힌 해법 모색 과제

미국과 한국의 사례는 중국 자본의 토지 매입이라는 동일한 현상을 두고 각기 다른 맥락에서 안보적 딜레마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 미국은 ‘농지’와 ‘군사기지’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식량안보와 군사안보 위협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한국은 ‘도심 부동산’과 ‘정부 핵심시설’을 중심으로 수도권 안보와 부동산 시장 안정 문제를 동시에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미·중 간의 신냉전 구도가 심화하면서 경제 활동마저 안보의 프리즘으로 분석되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토지 주권’ 문제가 이제 양국의 핵심적인 정책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중국이 소유한 토지의 절대적인 규모는 아직 우려할 수준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그 토지가 어디에 위치하고, 누가, 어떤 목적으로 소유하는지에 따라 안보에 미치는 파급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한 경제적 이익과 국가의 핵심 이익인 안보 주권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일은, 미·중 경쟁의 파고를 헤쳐나가야 할 미국과 한국 모두에게 주어진 중차대한 숙제가 되고 있다.

투명성을 높이고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한 합리적인 규제 체계를 마련하는 동시에, 과도한 불안감이나 외국인 혐오로 흐르지 않도록 신중하고 정교한 정책적 접근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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