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 비만 치료제 메디케어 확대안 철회…제약업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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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 정부가 비만 치료제에 대한 메디케어 적용 확대 계획을 결국 철회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해당 제안은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의 위고비(Wegovy, 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젭바운드(Zepbound, 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 같은 약물을 체중 감량 목적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보장을 확대하려는 내용이었다.

해당 제안은 2024년 11월 처음 공개됐다. 당시 바이든 행정부는 GLP-1 수용체 작용제(GLP-1RA)를 제2형 당뇨병이 아닌 비만 치료 목적으로 단독 처방하더라도 보험 적용이 가능하도록 규칙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현재 미국 성인의 약 42%가 비만으로 분류되는 가운데, 이번 조치가 시행될 경우 메디케어 수혜자 약 340만 명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이 제공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CMS(Centers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s)는 2025년 4월 4일 연방 관보(Federal Register)를 통해 해당 내용을 포함하지 않겠다는 최종 결정을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확정한 2026년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및 파트 D 규정에서 비만 치료 약물 보장 확대 조항은 빠졌으며, CMS는 “이전 제안에서 포함됐던 비만 치료제 관련 항목을 최종 규칙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 기준으로 메디케어는 세마글루타이드와 티르제파타이드 계열 약물을 제2형 당뇨병 치료 목적일 때만 보험 적용하고 있으며, 체중 감량 목적의 사용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일부 주정부는 메디케이드를 통해 비만 치료제를 보장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주에서는 여전히 체중 감량 약물에 대한 보장을 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번 CMS의 결정은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는 반대 방향으로 선회한 셈이다. 수백만 명의 비만 환자들에게 있어 GLP-1 계열 약물은 체중 조절과 관련된 획기적인 치료제로 여겨져 왔지만, 메디케어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이상 이들의 접근성은 여전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CMS는 이번 결정에서 두 가지 핵심 이유를 명확히 했다.

첫째는 연방 정부의 재정 부담, 둘째는 장기적인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데이터 부족이다. ACHP(Alliance of Community Health Plans)의 CEO 세시 코놀리(Ceci Connolly)는 “이 약물이 희망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 비용은 결국 국민이 짊어지게 된다”며 “연구 부족과 예산 부담을 고려할 때 CMS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방 예산 분석에 따르면, 이번 확대안이 시행될 경우 향후 10년간 약 40억 달러에 달하는 정부 지출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보험 없이는 감당 어려운 비만 치료제 가격…Wegovy와 Zepbound, 연간 1,600만 원 넘기도

비만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는 ‘Zepbound’(젭바운드)와 ‘Wegovy’(위고비)는 고도비만과 대사 질환 환자들에게 획기적인 약물로 알려져 있지만, 보험 적용이 없을 경우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약물 모두 GLP-1 유사체 계열로 식욕 억제 및 체중 감량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지만, 환자 개인이 전액 부담해야 할 경우 연간 수천만 원에 이르는 약가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먼저, Eli Lilly의 Zepbound는 용량과 약국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다르다. 제조사 직영 ‘LillyDirect’에서 제공하는 셀프 페이 요금제를 이용하면 1개월 기준 2.5mg은 약 349달러(약 47만 원), 5mg~10mg은 499달러(약 67만 원) 수준이다. 단, 특정 프로그램을 통해 45일 이내 재구매 시 할인 가격이 적용되며, 그렇지 않으면 최대 699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 일반 약국에서 보험 없이 구매할 경우에는 약 1,086달러에 달하고, 할인 쿠폰을 사용해도 최저 995달러를 넘는 경우가 많다.

반면, Novo Nordisk의 Wegovy는 기본적으로 더 비싼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보험이 없을 경우, 한 달(28일 분량) 기준 정가가 약 1,349달러로, 연간 약 1만6천 달러(한화 약 2,200만 원)에 이른다. 제조사 직영인 ‘NovoCare’ 온라인 약국에서는 현금 결제 환자에게 499달러로 판매되기도 하지만, 이 역시 한정된 접근 경로다. 일부 약국에서는 1,200~1,400달러 선에 형성돼 있으며, GoodRx 같은 할인 플랫폼을 이용해도 1,300달러대를 넘는 경우가 많다.

약물보험 없음 정가 (월 기준)제약사 할인 프로그램일반 약국가 (할인 없음)쿠폰가 (예: GoodRx)
Zepbound$1,086.37$349~$499 (용량별)$1,086.37약 $995
Wegovy$1,349.02$499 (NovoCare)$1,194~$1,447약 $1,309.57

보험이 있을 경우 가격은 큰 폭으로 달라진다. Zepbound의 경우 상업 보험이 적용되면 ‘Zepbound Savings Card’를 통해 한 달치 약을 최저 $25에 구매할 수 있다. 단, 이 카드에는 월 최대 $150, 연 최대 $1,800의 할인 한도가 있으며, 정부 보험 프로그램(Medicare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Wegovy 역시 상업 보험 가입자에 한해 ‘WeGoTogether’ 프로그램을 통해 13회분까지 무료 제공이 가능하지만,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도 할인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499 선에서 구매할 수 있는 옵션이 제공된다.

결국 보험이 없다면 두 약물 모두 연간 1,600만 원을 훌쩍 넘는 부담이 발생하며, 이는 미국 내 저소득층이나 고령층 환자에게는 사실상 접근이 어려운 수준이다. GLP-1 계열 약물이 고도비만,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과 연관된 고위험군에게 큰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지만, ‘가격’이라는 현실적인 벽이 치료의 문턱을 가로막고 있다.

CMS 발표 직후 Eli Lilly 주가는 3.8%, Novo Nordisk는 2.7% 하락했다. 이는 단순히 정책 철회 때문만은 아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는 중국산 의료기기에 대한 관세 인상을 발표했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전반적인 위험 회피 성향이 높아지면서 제약업계 전반이 타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건복지부 장관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약물의 조기 사용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GLP 계열 약물이 놀라운 효능을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아직 성장 중인 6세 아이들에게 첫 번째 치료법으로 사용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메디케어는 창설 이래 체중 감량 약물에 대해 보험 적용을 거부해왔다. CMS는 법적 근거에 따라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약물은 파트 D 약물 정의에서 제외된다”고 해석하고 있으며, 이 원칙은 수십 년 동안 유지돼왔다. 그 결과, 미국 내 대부분의 메디케어 수혜자들은 비만 치료를 위한 약물 처방 비용을 전액 자비로 부담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메디케이드가 주 정부 재량에 따라 비만 치료제를 보장할 수 있지만, 현재 대다수 주에서는 해당 약물을 메디케이드 적용 목록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NAMD(National Association of Medicaid Directors)는 CMS에 비만 치료제 보장을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으로 유지할 것을 공식적으로 건의했다.

비만 격차 좁혀지는 한미…한국, 미국 따라잡나?

구분미국 (2021년 기준, CDC)한국 (2021년 기준, 질병관리청)
성인 비만율41.9%38.4%
고도비만율9.2% (BMI ≥ 40)1.1% (BMI ≥ 35)

한국의 비만율은 이제 선진국 중에서도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성인 비만율은 38.4%로 미국의 41.9%에 근접하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30%를 밑돌던 수치에서 급격히 증가한 결과다.

이제 더는 한국이 ‘비만 저위험 국가’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20~40대 남성을 중심으로 비만 증가세가 뚜렷하며, 복부비만과 대사질환 연관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한국도 머지않아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만성질환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반면, 고도비만율에서는 미국이 압도적이다. 미국은 전체 성인의 약 9.2%가 BMI 40 이상으로 분류되는 고도비만에 해당한다. 이는 단순한 체중 문제가 아니라 심혈관질환, 당뇨, 조기사망 위험까지 높이는 심각한 건강 문제로 이어진다. 한국의 고도비만율은 아직 1.1% 수준이지만, 꾸준히 상승 중이라는 점에서 결코 안심할 수 없다.

두 나라 모두 공공의료체계에 장기적인 부담을 안길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 국가 차원의 조기 개입과 건강 정책 강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2023년 기준, 미국 내 비만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3,470억 달러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산성 저하, 의료비 증가, 조기 사망률 상승 등을 모두 반영한 수치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비만 치료에 대한 접근성 확대가 더 큰 비용 절감을 가능케 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재로서는 정치적·재정적 벽이 여전히 높다.

CMS는 이번 규정에서 비만 치료제에 대한 보험 적용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Treat and Reduce Obesity Act 같은 법안이 향후 의회를 통과할 경우, 약물 보장이 다시 논의될 여지가 있다. 다만, 메디케어 파트 D가 체중 감량 약물에 대한 제외 조항을 명확히 유지하고 있는 만큼, 단기간 내 규제 변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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