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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 수습 공무원 1만6천명 해고 허용
미국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 수습 공무원 (Probationary Federal Workers) 16,000명에 대한 대량 해고를 허용하면서, 공공부문 노동시장에 적잖은 여파가 미치고 있다. 노동조합과 비영리 단체가 제기한 소송은 법적 자격 부족을 이유로 기각됐으며, 이로 인해 하급심에서 내려졌던 복직 명령도 사실상 무력화됐다.
미국 연방정부에서 ‘수습 공무원’(probationary federal workers)으로 분류되는 인력은 정규직으로 완전히 임용되기 전 일정 기간 동안 근무 성과를 평가받는 대상이다. 보통 채용 후 첫 1년간이 수습 기간에 해당하며, 이 기간 동안에는 일반 공무원과 달리 해고에 대한 보호 장치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성과가 부족하거나 조직 적응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 별도의 징계 절차 없이도 해고가 가능하다. 또 노동조합의 보호 범위나 행정 항소 절차 적용에서도 예외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연방정부가 인력 감축을 추진할 때 우선적으로 손을 대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해고 조치 역시, 법적·정치적 저항이 상대적으로 적은 수습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이러한 구조적 특징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번 판결은 4월 8일(현지시간) 내려졌으며, 대법원은 7대 2로 트럼프 행정부의 긴급 중단 요청을 받아들였다. 소니아 소토마요르와 케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은 반대표를 던지며, 해고된 수습 공무원들의 복직을 주장했다.
해고 대상은 농무부, 국방부, 에너지부, 내무부, 재무부, 국가보훈부 등 주요 부처에 소속된 직원들로, 일부는 막 승진한 인원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전국공무원노동조합(AFGE)은 “전례 없는 행정 명령으로 주요 정부 기능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대로 “성과 부족에 따른 구조조정”이라며, 행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인사관리처(OPM)의 권한 문제였다. 하급 법원은 OPM이 각 부처에 해고를 지시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고,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은 이를 근거로 복직을 명령했었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 결정을 일시 중단시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원 계획은 다시 속도를 내게 됐다.
행정부는 처음엔 정규직 공무원의 자발적 퇴직을 유도했지만 성과가 미미하자, 법적 신분 보장이 약한 수습 공무원들을 우선 대상으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날부터 부패한 관료 기득권을 청산하겠다”고 강조해 왔으며, ‘스케줄 F’ 행정명령을 통해 정무직 전환까지 추진하는 등 공무원 사회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지방 정부들과 주지사들은 이번 해고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며 소송전에 나섰다. 현재까지 약 20만 명의 연방 공무원이 해고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고위 행정직으로, 부처별 주요 업무에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이 대통령의 인사권과 공무원의 고용 안정이라는 두 헌법적 가치 사이에서 갈등을 드러낸 상징적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노동조합들은 대법원의 이번 결정에 불복해 추가 항소를 예고했으며, 제9순회항소법원의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판결은 유효한 상태다.
한편 공무원들 사이에선 불안감이 확산 중이다. 일부는 이직을 준비하거나 재택근무가 가능한 민간 일자리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기밀을 다루는 직종에서는 재택근무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도 엇갈린다.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가 ‘적폐 청산’이라는 명분 아래 사실상 대량 해고를 자행하고 있다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공화당은 “기득권 타파와 조직 효율화를 위한 필요한 조치”라고 맞서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공무원 감축은 과거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구조조정과도 자주 비교된다.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가 의회의 동의를 거쳐 점진적으로 추진했던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신속하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밀어붙이고 있어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정부 개편 흐름을 가시화한 결정으로, 연방 일자리의 안정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는 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후 진행될 법정 다툼의 결과에 따라 연방 공무원 사회는 구조적 변화와 고용 재편이라는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