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한국 최신 주요 뉴스

광명 신안산선 공사현장 붕괴…17시간 전 이상징후에도 근로자 고립·실종
업데이트: 4월 13일
국토교통부는 12일 오후 4시 20분, 사고 현장에서 백원국 2차관 주재로 사고대책본부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국토부를 비롯해 고용노동부, 경기도, 광명시, 국가철도공단, 사업시행자 넥스트레인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구조 상황과 현장 안전 점검 결과를 공유하고, 주민 불편 해소와 조속한 복구 방안을 논의했다.
현재 사고 현장 주변 오리로 양방향 1km 구간은 접근이 통제된 상태다. 현장에는 지반 안전성 점검을 위해 지표계와 구조물 경사계가 추가로 설치됐으며, 주변 지반 탐사도 함께 진행 중이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방수포 등 수방 장비도 배치됐다.
인근 주민에 대한 안전 조치도 강화됐다. 사고 발생 초기 대피 명령이 내려졌지만, 전문가의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12일 0시 10분 광명시는 대피 명령을 해제했다. 현재는 임시 대피소도 운영되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백원국 차관은 “실종자 수색을 최우선으로 하되, 비로 인한 추가 붕괴 위험을 감안해 구조 인력의 안전도 철저히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학교, 교회, 아파트 등 인근 시설에 대한 영향 범위도 빠르게 산정해 주민 안전에 만전을 기하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곳은 신안산선 복선전철 민간투자사업 제5-2공구로, 위치는 경기 광명시 일직동 372-12 일대다. 사업은 ㈜넥스트레인이 시행하고 있으며, 포스코이앤씨와 서희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사업은 2019년 시작돼 2026년 완공 예정이며, 현재 공정률은 약 55%다.
경기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20대 근로자 1명이 고립되고, 50대 근로자 1명이 실종됐다. 사고 전날부터 쇳소리와 균열 등 이상 징후가 있었음에도 인명 피해를 막지 못했다.
11일 오후 3시 13분경 발생한 이번 사고는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중인 신안산선 제5-2공구 지하터널과 상부 도로가 동시에 무너져내린 대형 참사였다. 초기 구조 요청 당시 총 18명의 작업자 중 5명이 연락이 닿지 않았으며, 이 중 3명은 무사히 구조됐지만 20대 굴착기 기사 A씨는 지하 30m 아래에 고립, 50대 공사 근로자 B씨는 실종 상태다.
구조대는 A씨와 휴대전화 통화를 통해 위치를 파악한 뒤 접근을 시도했지만, 중장비 투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구조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B씨에 대해서는 위치 추적 장비 등을 활용해 소재를 파악 중이다.
사고는 예고된 참사였다.
전날 오후 9시 50분쯤, ‘투아치(2arch)’ 구조로 시공 중이던 터널 내부에서 버팀목에 다수의 균열이 생기고, 쇳소리가 나는 등 명확한 이상 신호가 포착됐다. 이를 인지한 현장 관계자는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17명의 인원을 대피시킨 뒤, 자정 무렵 광명시에 신고했다.
시는 오전 0시 26분부터 현장 주변 도로를 통제했으며, 오전 7시부터는 보강공사 및 정밀 안전진단을 위해 18명의 인력을 다시 투입했다. 그러나 이 와중에 사고가 터졌다.
주목할 점은 해당 공사 구간이 과거 감사원 감사에서도 지반 안정성 문제로 지적받았다는 사실이다. 감사원이 2023년 1월 발표한 ‘광역교통망 구축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신안산선 제5공구 구간(시흥시청~광명)은 지반이 ‘매우 불량’한 5등급 상태였음에도 인버트(Invert) 설치 없이 터널 설계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구간에는 암반이 부스러지고 단층파쇄대가 존재하는 등 지반 자체의 구조적 안정성이 취약한 상태였는데도, 지반 융기나 붕괴에 대비한 구조물인 인버트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 감사원의 지적이다. 철도공단은 지반 등급이 4등급 이하일 경우 인버트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제5공구 터널은 이 기준을 따르지 않은 셈이다.
붕괴 원인에 대해선 현재로선 ‘측압에 의한 구조물 변위’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한국터널지하공간학회는 사고 전 관계기관 회의에서 터널 좌측의 지반 변위 가능성을 지적하며, 파쇄대나 전리층 영향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는 초기 분석일 뿐 정확한 원인은 정밀 감식과 수사 이후 밝혀질 전망이다.
사고 원인을 두고 ‘측압에 의한 구조물 변위’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감사원의 지적 내용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연구원은 “원래 지반이 불량했거나, 누수나 상수도 파열 등으로 추가적으로 약해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고가 단순한 시공 상의 실수라기보다는 구조적인 안전 불감증과 지질 조건을 무시한 공사 관행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광명시는 붕괴 직후 주민들에게 긴급 재난문자를 발송하고, 푸르지오 아파트 및 인근 오피스텔 주민 등 약 2,400여 명을 인근 체육관과 학교로 대피시켰다. 시민체육관, 충현고, 가림초 등 8곳이 대피소로 지정됐고, 일부 주민은 외투 하나만 걸친 채 황급히 피신했다.
인명 피해는 더 커질 뻔했다. 사고 지점으로부터 불과 50여 미터 떨어진 곳에는 약 1,500명이 재학 중인 초등학교가 있었지만, 정규수업과 돌봄 수업 모두 붕괴 직전 종료돼 아찔한 참사를 면했다. 무너진 도로와 공사장 주변은 철판, 간판, 가림벽 등이 어지럽게 내려앉아 처참한 모습을 보였다.
국토교통부는 박상우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사고대책본부를 꾸리고, 신안산선 사업시행자인 넥스트레인 역시 사고수습본부를 설치했다. 경기남부경찰청도 형사과를 중심으로 현장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당시 안전진단과 보강공사가 병행되고 있었으며, 현재로선 실종자 구조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