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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 주니어, “자폐증 원인 9월까지 밝히겠다”…과학계 “비현실적·위험한 접근”
자폐증과 백신의 연관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오는 9월까지 자폐증의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자폐 커뮤니티에 오히려 해를 끼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케네디 장관은 최근 각료회의에서 “우리는 자폐증 팬데믹의 원인을 알게 될 것이며, 이를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백신을 포함한 다양한 환경 요인을 전방위로 조사하겠다고 밝혔으며, 수백 명의 과학자를 동원한 대규모 연구를 9월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계획에 대한 과학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미국 자폐증협회는 성명을 통해 “자폐증은 전염병도, 단일 원인을 지닌 질환도 아니다”며 “정치적 목표를 위해 잘못된 정보가 유포되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특히, 단 5개월 안에 원인을 규명하겠다는 일정은 자폐증 연구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간과한 비현실적인 발언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케네디 장관은 과거에도 백신과 자폐증의 연관성을 주장하며 의료계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아왔다. 그의 주장은 1998년 영국 의사 앤드루 웨이크필드의 논문에서 비롯됐는데, 해당 논문은 이후 데이터 조작 사실이 드러나 철회됐고 웨이크필드는 의사 면허를 박탈당했다. 이후 수십 건의 연구가 백신과 자폐증의 연관성을 부정했지만, 케네디 장관은 여전히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논란은 인사 문제로도 번졌다.
케네디 장관은 자폐증 연구 책임자로 백신-자폐증 연관성을 주장한 데이비드 가이어를 임명했다. 가이어는 의학 면허 없이 위험한 치료를 시도한 전력이 있으며, 벌금형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이 같은 인사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학이 아닌 신념에 근거한 인선”이라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데이비드 가이어는 누구인가?
데이비드 가이어(David Geier)는 미국의 의료 행정가이자 백신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을 주장해온 논란의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 마크 가이어(Mark Geier)와 함께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주장을 담은 여러 보고서를 발표하며 알려졌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수많은 연구 결과에 의해 반박되어 왔다. 가이어는 정식 의학 면허 없이 호르몬 치료를 자폐 아동에게 시도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으며, 여러 주에서 의료 관련 자격이 제한된 바 있다. 의료 윤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미국 내 보건당국과 학계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케네디 장관의 발표에 공개 지지를 보냈다. 그는 “자폐증을 일으키는 인위적인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며 백신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고, “무언가를 먹거나 맞는 걸 멈춰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과학계는 이런 발언이 공중 보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잘못된 정보가 백신 접종률 저하로 이어질 경우 홍역과 같은 예방 가능한 질환의 재확산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자폐증의 원인이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신경발달 장애로, 명확한 원인을 단기간 내 밝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미국 자폐증협회는 “자폐증 연구는 윤리적이고 투명하며 포용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케네디 장관의 계획이 오히려 자폐인과 그 가족의 삶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논의가 어떤 결론에 이를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케네디 장관의 계획이 과학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결과가 공중 보건과 자폐 커뮤니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9월까지 발표될 연구 결과가 논란을 가라앉힐지, 혹은 새로운 논쟁을 불러올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