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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리아 45년 빗장 풀다…’과거 현상금’ 알샤라와 전격 회동, 중동 ‘새판짜기’ 신호탄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순방 중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오랜 제재를 전격 해제한다고 발표하고, 아흐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과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국제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1979년 이후 이어져 온 미국의 시리아 제재가 이번 조치로 해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결정이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으며, 시리아가 다시 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미-시리아 관계, 25년 만의 정상회담과 제재 해제 배경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13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국-사우디 투자 포럼’ 연설을 통해 시리아에 대한 모든 제재를 해제할 것을 명령한다고 밝혔다.
그는 “시리아에는 평화와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새 정부가 들어섰다”며 “그들에게 위대해질 기회를 주기 위해 제재를 중단할 것”이라고 언급, 시리아가 이제 “빛날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이 발표는 지난해 12월, 50년 이상 지속된 아사드 독재 정권을 축출하고 들어선 알샤라 과도정부에 대한 미국의 파격적인 지지 표명으로 풀이된다. 아사드 정권 시절 미국은 시리아 내전과 인권 탄압 등을 이유로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고 2012년에는 외교 관계마저 단절한 바 있다.
제재 해제 발표 다음 날인 14일, 트럼프 대통령은 리야드에서 아흐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과 약 30분간 회담을 가졌다. 미국과 시리아 정상 간의 만남은 2000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과 하페즈 알 아사드 당시 시리아 대통령의 제네바 회담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이 자리에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배석했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전화로 회담에 참여해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해제 결정을 “용기 있는 결단”이라고 평가하며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함마드 왕세자의 초청으로 알샤라 대통령과 만났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시리아의 새 정부와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고 있다”며 “제재 해제는 시리아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번 제재 해제는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인도주의 단체들의 활동을 용이하게 하고, 외국인 지원, 투자 및 무역의 걸림돌을 제거하여 시리아 경제 재건에 숨통을 트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시리아의 통화인 리라는 제재 해제 발표 이후 미국 달러 대비 27%까지 급등하는 등 즉각적인 경제적 기대감을 반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와 시리아의 화답
역사적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측에 몇 가지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알샤라 대통령에게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완전히 정상화하고 ‘아브라함 협정’에 참여할 것 ▲시리아 내 모든 외국인 테러리스트 및 팔레스타인 테러 조직을 축출할 것 ▲이슬람국가(ISIS)의 재건을 막기 위한 미국의 노력에 협조하고 지원할 것 ▲시리아 북동부 ISIS 수용소 관리에 대한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시리아의 완전한 국제사회 복귀를 위한 조건이자,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정책 핵심 목표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알샤라 대통령은 1974년 체결된 시리아-이스라엘 간 병력 분리 협정 준수 의지를 재확인하고, 테러 대응 및 화학무기 제거에 있어 미국과 협력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또한 알샤라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기업들이 시리아의 석유 및 가스 분야에 투자해 줄 것”을 요청하며 경제 재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로이터 통신과 가디언 등 외신은 알샤라 대통령이 제재 완화의 대가로 시리아의 석유 공급, 재건 관련 계약, 심지어 수도 다마스쿠스에 ‘트럼프 타워’ 건설 등을 제안했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알샤라 대통령에 대해 “젊고 매력적인 터프가이”이자 “강력한 과거를 가진 전사”라고 묘사하며 “그는 상황을 잘 헤쳐 나갈 수 있는 진정한 기회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과거 지하디스트’ 알샤라 대통령은 누구인가
아흐메드 알샤라 임시 대통령은 과거 ‘아부 무함마드 알줄라니’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인물로, 오랜 기간 알카에다의 시리아 지부였던 알누스라 전선을 이끌었다. 알누스라 전선은 이후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HTS)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알카에다와의 관계를 단절했다고 선언했지만, 그의 과거 이력으로 인해 서방 세계의 경계 대상이었다.
미국 정부는 한때 그에게 1000만 달러(약 140억 원)의 현상금까지 내걸고 지명수배했으나, 지난해 12월 아사드 정권이 축출되고 그가 과도정부 수반으로 부상하자 현상금을 공식 철회했다.
알샤라 대통령은 집권 이후 서방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는 양복을 착용하고 공개석상에 나타나며, 여성과 소수 민족 및 종파의 정치 참여를 약속하는 등 온건한 이미지를 구축하려 애쓰고 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및 미국의 제재 해제는 그의 정권에 상당한 정당성을 부여하고 국제사회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의 과거 전력과 HTS의 통치 방식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소수자 인권 보호 문제 등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고 지적한다.
국제사회 반응 및 파장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제재 해제 및 알샤라 대통령과의 회동은 국제사회에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리아 내부에서는 환호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사드 하산 시바니 시리아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이번 결정은 시리아 재건의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평가했으며, 모하마드 니달 알샤르 경제무역부 장관은 사우디 알 아라비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리며 “시리아가 이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감격했다.
다마스쿠스와 알레포 등 주요 도시에서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국기를 흔들며 제재 해제를 축하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한 시민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사드 정권 몰락 이후 두 번째 기쁨”이라며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는 미국의 결정을 적극 환영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밝혔듯, 이번 조치는 두 국가의 강력한 요청이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시리아의 안정을 통해 역내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목적이 있으며, 터키는 국경을 맞댄 시리아의 안정화와 난민 문제 해결에 사활을 걸고 있다.
걸프 국가들은 시리아의 풍부한 광물 및 석유 자원에 대한 투자에 관심을 보여왔으나 미국의 제재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이번 조치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미국의 오랜 우방인 이스라엘은 이번 결정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타르 매체 알아라비알자디드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리아 제재를 해제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과거 적대 관계였던 시리아의 정권 교체 이후에도 안보 불안을 느끼고 있으며, 특히 알샤라 정권의 성향과 향후 대이스라엘 정책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동 외교 지형 변화와 ‘아브라함 협정’ 확대 시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파격적인 대시리아 정책 전환은 중동 전체의 외교 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최대 외교 성과 중 하나로 꼽히는 ‘아브라함 협정’의 확대 여부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샤라 대통령에게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요구한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의 협정 참여도 거듭 촉구했다.
그는 “앞으로 아브라함 협정에 더 많은 국가를 계속 추가할 것”이라고 공언하며, 시리아의 참여가 자신의 “꿈”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우디는 가자지구 전쟁의 영구적인 종식과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단기간 내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다. 시리아 역시 이스라엘과의 관계 개선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중동 순방 기간 중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 참석해 이란에 대한 강경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이란과 핵협상 합의를 원하지만, 그러려면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말고 테러 지원을 멈춰야 한다”며 “피비린내 나는 대리전을 멈추고 핵무기 추구를 영구적이며 검증 가능하게 중단해야만 한다”고 경고했다.
이는 시리아를 친서방 블록으로 끌어들여 이란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큰 그림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과거 아사드 정권 시절 시리아는 이란, 러시아의 후원을 받는 대표적인 반미 국가였으나, 새 정부는 친서방·친아랍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과거 시리아 제재의 역사와 영향
미국은 1979년 시리아를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한 이후 여러 차례 제재를 가해왔다. 특히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시리아가 저항 세력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제재를 강화했고,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과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민주화 시위 유혈 진압을 계기로 제재 수위는 최고조에 달했다. 2012년에는 양국 간 외교 관계가 단절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장기간의 강력한 제재는 시리아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시리아는 내전과 제재로 인해 국내총생산(GDP) 기준 약 8000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으며, 빈곤율은 내전 이전보다 3배, 극심한 빈곤 상태에 놓인 인구는 6배나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서방의 제재로 금융 거래가 막히고 세계적인 석유 회사들이 철수하면서 시리아의 원유 생산과 경제 기반 시설은 심각하게 손상됐다. 이번 제재 해제가 시리아 경제에 어느 정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되지만, 전쟁으로 파괴된 인프라 복구와 국가 시스템 재건에는 상당한 시간과 국제사회의 지원이 필요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제재 해제와 정상회담은 중동 정세에 예측 불가능한 변수를 추가한 중대 사건이다. 단기적으로는 시리아의 경제 회복과 알샤라 정권의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이란 문제, 그리고 역내 세력 균형에 복잡한 연쇄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파격적인 중동 외교가 어떤 결실을 맺을지, 혹은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을 뿌리게 될지는 앞으로의 전개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방문에 이어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를 차례로 방문하며 중동에서의 경제 협력 및 외교적 영향력 확대를 계속 모색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