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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팔의 사나이” 제임스 해리슨, 수백만 아기들의 생명을 구하다
호주의 헌혈 영웅 제임스 해리슨(James Harrison)이 2025년 2월 17일, 향년 88세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 그의 별세 소식이 호주 적십자 라이프블러드(Australian Red Cross Lifeblood)를 통해 전해지며, 그의 위대한 업적과 헌신적인 삶이 다시금 조명됐다.

“황금 팔의 사나이(The Man with the Golden Arm)”로 불린 해리슨은 60년 넘게 헌혈을 이어가며 약 240만 명의 신생아 생명을 구한 인물로 전 세계의 찬사를 받아왔다.
60년 넘게 헌혈을 지속한 그는 호주 의학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으로 평가된다. 그렇다면 그의 혈액은 왜 특별했을까? 그리고 그는 어떻게 평생 헌혈에 헌신할 수 있었을까?
수술 후 결심한 헌혈…운명적 시작
1936년 12월 27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주니(Junee)에서 태어난 해리슨은 14세 때 인생을 바꿀 사건을 겪었다. 대형 흉부 수술을 받은 그는 13팩의 수혈을 받아야 했고,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이 경험은 해리슨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고, “내가 헌혈로 생명을 구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극심한 주사 공포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세가 되던 1954년, 그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첫 헌혈을 했다. 이는 64년간 이어질 위대한 여정의 시작이었다.
운명적 발견…그의 혈액 속 ‘특별한 항체’
1960년대, 해리슨의 혈액에서 희귀 항체인 ‘Anti-D’가 발견되면서, 그의 헌혈은 단순한 선행을 넘어 호주 의학 역사에 획을 긋는 사건이 되었다.
Anti-D는 신생아 용혈 질환(Haemolytic Disease of the Fetus and Newborn, HDFN)을 예방하는 핵심 물질이다. HDFN은 Rh- 혈액형을 가진 어머니가 Rh+ 혈액형의 태아를 임신했을 때, 어머니의 면역체계가 태아의 적혈구를 공격하며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심각한 빈혈, 뇌 손상,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해리슨의 혈장을 이용해 1967년부터 호주에서 Anti-D 주사가 개발·보급되었으며, 수많은 임산부와 신생아의 생명을 구했다.
해리슨은 64년 동안 무려 1,173번 헌혈을 하며, 약 3백만 회 분량의 Anti-D 주사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이는 약 240만 명의 아기들이 건강하게 태어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수치다.
놀랍게도, 그의 딸 트레이시 멜로십(Tracey Mellowship) 역시 임신 중 Anti-D 주사를 맞아 출산한 사례 중 하나였다. 이에 대해 해리슨은 “내 가족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위해 계속 헌혈할 것이다. 이 기록이 깨지길 바란다. 누군가가 내 길을 따라가고 있다는 의미일 테니까.”라고 말했다.
퇴임과 ‘제임스 인 어 자(James in a Jar)’ 프로젝트
해리슨은 2018년, 81세의 나이에 마지막 헌혈을 끝으로 공식 은퇴했다. 이는 호주 헌혈 규정상 81세 이상은 헌혈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가 은퇴한 이후, 호주 의료계는 그의 혈액에 포함된 항체를 실험실에서 합성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제임스 인 어 자(James in a Jar, 항체를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프로젝트)’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Anti-D 주사의 지속적인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5년 2월 17일, 제임스 해리슨은 향년 88세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 그의 가족들은 헌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의 유산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제임스 해리슨은 헌혈이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음을 몸소 증명한 인물이다. 그의 희귀 혈액과 끊임없는 나눔의 정신은 호주 의료계를 변화시켰고, 세계적인 헌혈 운동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가 남긴 유산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진정한 영웅 한 분이 사라지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