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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종료벨 오작동 사고, 법원 “국가 배상 책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부는 지난 25일,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운영 미숙으로 인해 심리적 피해를 입은 학생 43명에게 국가가 1인당 100만 원에서 최대 300만 원까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당일, 서울 경동고등학교 고사장에서 종료 벨이 예정 시간보다 1분 30초 일찍 울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시험에 지장을 받은 수험생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며 최대 300만 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수능 시험 중 종료 벨 오류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이번 판결은 2020년 발생한 덕원여고 사례와 유사하지만, 피해 규모나 대처 방식에서 차이를 보였다.
사고는 서울 성북구 경동고등학교에서 발생했다. 국어 영역 시험 종료 벨이 1분 30초 일찍 울렸고, 학생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감독관은 시험지를 즉시 회수했다. 경동고는 수동 타종 시스템을 사용 중이었으며, 사고는 타종 담당 교사가 시험 종료 시각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마우스를 잘못 조작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학교 측은 2교시 종료 후 점심시간을 이용해 국어 시험지를 다시 배부하고 1분 30초간 문제를 풀도록 했지만, 이미 작성한 답안은 수정할 수 없도록 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오히려 혼란만 가중됐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수험생은 “중간에 시험을 포기하고 나가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법원은 이번 사고에 대해 국가의 과실을 인정했다. 시험이 엄격히 관리돼야 할 공적 절차인 만큼, 수능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다만 시험감독관의 고의성은 없었던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피해 학생들에게 일정 금액을 배상하되, 개인별로 입은 피해의 정도를 고려해 차등적으로 판결했다.
앞서 2020년에도 서울 강서구 덕원여자고등학교에서 종료 벨이 3분 일찍 울리는 사고가 있었고, 당시 법원은 피해 학생들에게 1인당 7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두 사례 모두 교사의 수동 타종 실수로 발생했지만, 덕원여고는 사고 직후 시험 시간을 연장해 혼란을 최소화한 반면, 경동고는 점심시간을 활용한 사후 조치에 그쳐 비판을 받았다.
법무법인 명진의 김우석 변호사는 “이번 사고는 덕원여고 사고보다 피해 범위가 4~5배 더 크다”며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학생들의 피해가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3년 전 유사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교육부가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매뉴얼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수능 시험의 타종 시스템을 전면 자동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여전히 수동 타종 방식을 유지하는 학교들이 적지 않아, 인적 오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전국 단위 시험인 수능에서 이와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시험 중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 학생들을 위한 실질적인 구제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현재와 같이 형식적인 사후 조치만으로는 심리적 충격과 집중력 저하 등 장기적인 피해를 보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전국 고사장의 시험 운영 매뉴얼과 타종 시스템을 전면 재정비하고, 학생들이 공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수능을 치를 수 있도록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