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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인도·파키스탄 ‘즉각 휴전’ 전격 발표…美 중재로 일촉즉발 위기 넘겨
앙숙 관계인 인도와 파키스탄이 미국의 중재로 또다시 전면전 위기 직전에서 극적으로 휴전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10일 오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미국의 중재로 이뤄진 긴 밤샘 협상 끝에 인도와 파키스탄이 전면적이고 즉각적인 휴전에 합의했음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양국이 상식과 뛰어난 지성을 발휘한 데 대해 축하한다. 이 문제에 대한 관심에 감사드린다!”고 덧붙이며 양국 지도부의 결단을 높이 평가했다.

이번 휴전 합의는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J.D. 밴스 부통령이 지난 48시간 동안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를 비롯해 수브라마니암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 아지트 도발 인도 국가안보보좌관, 아심 말리크 파키스탄 국가안보보좌관 등 양국의 최고위급 인사들과 긴밀히 접촉하며 중재 노력을 기울인 결과물이다.
루비오 장관은 X를 통해 “인도와 파키스탄 정부가 즉각적인 휴전에 합의하고 중립적인 장소에서 광범위한 문제에 대한 대화를 시작하기로 한 것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모디 총리와 샤리프 총리가 평화의 길을 선택한 지혜와 신중함, 국가 경영 능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밴스 부통령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며 합의 사실을 알렸다.
파키스탄의 이샤크 다르 외교부 장관 겸 부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직후 X를 통해 “파키스탄과 인도가 즉각적인 효력을 갖는 휴전에 합의했다”고 확인하며, “파키스탄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침해받지 않는 선에서 항상 역내 평화와 안보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인도 측에서도 비크람 미스리 외교부 사무차관이 X를 통해 합의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오늘 인도와 파키스탄은 발포 및 군사행동 중단에 관한 합의에 이르렀다”며 “인도는 모든 형태와 양상의 테러리즘에 대해 확고하고 타협하지 않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수브라마니암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 역시 유사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 양국 간 합의 사실을 공표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군사작전 책임자(DGMO)들은 10일 오후 통화했으며, 합의에 따라 인도 표준시 기준 오후 5시(GMT 11시 30분)를 기해 육상, 해상, 공중에서의 모든 적대적 군사행동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미스리 사무차관은 전했다.
양국 DGMO는 오는 12일 정오에 다시 통화하며 후속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군사 핫라인도 재가동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촉즉발’ 전면전 위기 넘겼다…최근 충돌 격화 배경
이번 휴전 합의는 양국이 국경 지역에서 미사일과 포격을 주고받으며 전면전 우려가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양국 간 긴장은 지난 4월 22일 인도령 카슈미르 파할감 지역에서 발생한 무장 괴한들의 총기 테러로 관광객 등 민간인 28명이 숨지고 다수가 부상당한 사건을 계기로 급격히 고조됐다.
인도는 이 테러의 배후로 파키스탄을 지목하고 파키스탄에 기반을 둔 무장 단체들을 겨냥한다며 지난 7일 ‘신두르 작전(Operation Sindoor)’이라는 이름으로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내 9개 목표물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인도군은 정밀 타격을 통해 파키스탄 내 군사 목표물만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파키스탄은 즉각 반발하며 자국 영토에 대한 주권 침해라고 비난했고, 인도 측 공격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파키스탄은 10일 새벽, 코란 구절에서 따온 ‘부냔 울 마르수스(Bunyan Ul Marsoos, 굳건한 벽)’ 작전명으로 인도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개시했다.
파키스탄 군은 인도 비아스 지역의 브라모스 미사일 저장고와 파탄코트 공군기지, 우담푸르 공군기지 등을 타격했다고 밝혔으며, 인도 스리나가르와 잠무 등지에서도 폭발음이 보고됐다. 양측은 서로 상대방의 미사일 대부분을 요격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일부 시설 피해와 사상자 발생을 인정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한 주간 국경통제선(LoC)을 따라 이어진 포격전 등으로 수십 명이 사망했으며, 휴전 직전 12시간 동안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에서만 13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50명 이상이 다쳤다는 보고도 나왔다. 인도령 카슈미르 라조우리 지역에서는 파키스탄 측 포격으로 인도 지방정부 고위 관리가 숨지는 등 민간인 피해가 속출했다.
핵보유국인 양국의 무력 충돌이 격화되자 국제사회는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자제를 촉구했다.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즉각적인 긴장 완화”와 “최대한의 자제”를 촉구했으며, 중국 외교부도 양측에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정치적 해결 경로 복귀를 강력히 권고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특사를 파견해 중재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긴장 고조로 인도 북부와 서부 지역의 최소 32개 공항이 5월 15일까지 민간 항공기 운항을 중단했고, 국경 지역인 라자스탄 주민들에게는 외출 자제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인도 우타라칸드주의 유명 순례지인 차르담 야트라 헬리콥터 운행도 중단되는 등 민간 부문에도 영향이 미쳤다.
인도군 대변인 비요미카 싱 중령은 파키스탄군이 전방 지역으로 병력을 이동시키는 등 공격 의도를 보였다고 비판하며, “인도군은 파키스탄의 거짓 선전에 속지 않고 모든 적대행위에 비례적으로 대응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파키스탄은 인도가 민간 시설을 공격했다고 비난했다.
양측의 팽팽한 대치와 상호 비방전 속에서 미국의 적극적인 중재가 없었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카슈미르 분쟁의 역사와 반복되는 갈등
인도와 파키스탄 간 갈등의 핵심에는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당시부터 시작된 카슈미르 지역 영유권 분쟁이 자리 잡고 있다. 양국은 카슈미르 전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독립 직후인 1947년을 시작으로 1965년, 1971년(방글라데시 독립 전쟁), 1999년(카르길 전쟁) 등 수차례 전면전을 치렀다.
특히 1999년 카르길 전쟁 당시에도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파키스탄군이 철수하며 확전을 피한 바 있으며, 2001년 인도 의회 테러 사건 이후 2002년에도 콜린 파월 당시 미 국무장관의 중재로 군사적 긴장이 완화된 경험이 있다.
현재 카슈미르 지역은 인도령 잠무-카슈미르와 파키스탄령 아자드 카슈미르 및 길기트-발티스탄, 그리고 중국이 실효 지배하는 악사이친 등으로 분할되어 있으나, 인도와 파키스탄은 여전히 전체 카슈미르에 대한 완전한 주권을 주장하며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다.
양국을 가르는 실질적인 국경 역할을 하는 국경통제선(LoC)에서는 산발적인 교전과 테러 공격, 이에 대한 보복 공격이 끊이지 않으며 지역 주민들은 항시적인 불안감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특히 양국 모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이 지역의 갈등이 전 세계적인 안보 위협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인도는 파키스탄이 카슈미르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무장 단체들을 지원하며 국경을 넘나드는 테러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반면, 파키스탄은 이러한 혐의를 부인하며 인도령 카슈미르 주민들의 자결권을 옹호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러한 근본적인 입장 차이와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 한, 언제든 작은 불씨가 큰 충돌로 번질 수 있는 취약한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향후 전망과 과제…평화 정착 ‘산 넘어 산’
이번 휴전 합의로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인도와 파키스탄 관계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양국이 “중립적인 장소에서 광범위한 문제에 대한 대화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으나, 인도 정보방송부는 “어떤 다른 장소에서 어떤 다른 문제에 대해 회담을 개최하기로 결정한 바 없다”고 일부 부인하며 미묘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이는 향후 대화 의제와 형식을 둘러싼 양국 간 입장 조율이 순탄치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SOAS 런던대학교 남아시아 연구소의 수비르 신하 소장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모디 정부가 파키스탄과의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문제 해결 약속을 거부해왔기 때문에 포괄적인 양자 회담은 매우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체결되었으나 현재 그 효력이 위태로운 협정들의 완전한 복원도 중요한 과제다.
인도는 지난 4월 23일, 양국 간 주요 수자원 공유 협정인 인더스강 조약 참여를 중단했으며, 파키스탄은 이를 ‘적대행위’로 규정한 바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진정한 평화 정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양국 간 뿌리 깊은 불신과 카슈미르 영유권 문제, 테러리즘이라는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 변화 없이는 언제든 다시 갈등이 재발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마련된 이번 휴전이 항구적인 평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양국 지도부의 지속적인 대화 의지와 함께 국제사회의 건설적인 역할이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휴전 소식이 전해지자 인도와 파키스탄 국경 지역, 특히 최근 포격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카슈미르 주민들은 거리로 나와 춤을 추며 기쁨을 표현했지만, 이들의 평화로운 일상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양국이 이번 휴전을 계기로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 오랜 반목의 역사를 끊고 평화 공존의 새 시대를 열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