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우디서 ‘잭팟’…1420억 달러 무기 계약·6000억 달러 투자 유치 ‘경제 동맹’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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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14일, 리야드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 시작 후 첫 주요 해외 순방지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경제 및 외교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지시간 13일 리야드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경제 협력 강화 및 대규모 방위 산업 계약 체결에 합의했다. 이번 순방은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로 이어지는 중동 방문 일정의 시작점이다.

사우디의 통 큰 투자 약속…6000억 달러 미국행

이번 방문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경제 협력이다. 백악관은 사우디가 향후 4년간 미국에 총 6000억 달러(약 820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사우디에 추가 투자를 촉구한 데 대한 응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 1조 달러의 투자를 요청했으나, 현재까지 공식화된 규모는 6000억 달러다.

사우디의 데이터볼트(DataVolt)사는 미국 내 AI 데이터 센터 및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20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며, 구글, 오라클, 세일즈포스, AMD, 우버 등 미국의 주요 기술 기업들과 함께 첨단 기술 분야에 800억 달러를 투입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 같은 협력은 미국 내 고급 기술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동시에, 사우디의 ‘비전 2030’ 전략과 맞물려 상호 이익을 증대시킬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론 머스크(테슬라), 래리 핑크(블랙록), 제인 프레이저(씨티그룹) 등 주요 경제 인사들과 함께 방문했다. 이들은 사우디-미국 투자 포럼에 참석해 무함마드 왕세자와 오찬을 나누고, 구체적인 투자 실행 방안을 논의했다. 백악관은 “이번 합의는 미국과 사우디의 전략적 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는 역사적 이정표”라고 밝혔다.

사상 최대 규모 무기 계약…1420억 달러

방위 산업 분야 역시 이번 순방의 핵심 성과 중 하나다. 미국과 사우디는 약 1420억 달러(약 194조 원)에 달하는 무기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단일 국가와의 방위 협력 가운데 최대 규모로, 백악관은 “안보 협력의 결정적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계약에는 첨단 전투 장비, 미사일 방어 시스템, 공군력 강화, 해상 안보 및 통신 체계 현대화 등이 포함된다. GE의 가스 터빈 솔루션(142억 달러), 보잉 737-8 여객기 수출(48억 달러) 등 산업 연계 계약도 포함됐다. 양국은 또한 사우디 방위군을 위한 교육, 유지 보수, 시스템 업그레이드 등에 관한 협력 확대에도 뜻을 모았다.

한편, 록히드마틴의 F-35 전투기 도입 여부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지만, 백악관 발표에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이번 계약은 사우디가 이란에 대응해 국방 역량을 키우려는 전략과, 미국이 중동 지역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첫 임기 시절에도 사우디를 방문해 1100억 달러 즉시 구매 및 10년간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무기 계약을 성사시킨 바 있다. 이번 계약은 당시의 연속선상에서 더욱 확대된 형태로, 양국 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심화시키는 계기로 해석된다.

외교적 함의와 ‘미국 우선주의’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에서도 첫 순방지로 사우디를 택하면서 기존 미국 대통령들의 순방 전통을 다시 한번 뒤집었다. 이는 중동, 특히 걸프 지역과의 관계를 최우선 외교 과제로 설정한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를 분명히 드러낸다. 백악관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8년 전 첫 순방도 이 지역이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힘을 통한 평화’ 전략을 펼쳤다”고 강조했다.

이번 순방에는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동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카타르 미군 기지를 방문해 주둔 장병을 격려할 계획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원칙 아래 동맹국과의 관계에서도 거래와 실리를 강조하는 특징이 있다. 이번 순방에서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가자 전쟁, 이란 핵 갈등 등 안보 현안보다는 경제 협력과 투자 유치에 집중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가 유럽에 대해선 고립주의적, 미주 지역에 대해선 공격적이고 중동에 대해선 전략적 동맹 중심의 확장주의로 구성돼 있다고 분석한다. 이스라엘 및 걸프 국가들과의 밀착 관계는 계속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이스라엘과 UAE, 바레인 간의 외교 관계 정상화를 이끈 아브라함 협정을 주요 성과로 내세웠다. 이번 중동 순방에서도 이를 사우디아라비아로 확대하는 구상이 추진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는 최근 “조만간 진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가자 전쟁의 장기화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해법 부재는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정상화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가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중동 연구소(MEI)는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있어 실질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자 리비에라’와 같은 구상은 논란만 자초했을 뿐, 현실적 성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이번 사우디 방문은 2017년의 첫 순방과 유사한 구조를 띠고 있다. 대규모 경제 및 방위 계약 체결, 동행한 경제계 주요 인사, 실리 중심 외교 전략 모두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사업과 외교 활동의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트럼프 그룹은 사우디, UAE, 카타르 등지에서 부동산 개발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사우디 국부펀드가 후원하는 LIV 골프 대회를 자신의 리조트에서 개최한 전례도 있다.

카타르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 전용기로 사용할 고급 항공기를 미국에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보도도 논란을 일으켰다. 일부 정치인들은 에어포스원은 미국의 국가 상징이라며 이러한 제안을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번 중동 순방은 경제적 성과를 전면에 내세워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전략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사우디와의 투자 및 방위 계약은 미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중동의 복잡한 정치 지형과 인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여전히 모호하다.

특히 이란과의 긴장이 다시 고조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 전략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또한 경제 실리에 가려진 인권 문제의 대응 방식도 향후 외교적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순방 후 카타르와 UAE를 방문한 뒤 터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회담을 주선할 가능성도 있다. 일정은 아직 미확정 상태다.

결론적으로 이번 사우디 방문은 실리 중심 외교의 대표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성과가 국제질서와 지역 안정을 견인할 수 있을지는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전략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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