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일본산 자동차에 상호 관세 추진…업계 반발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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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행정부, 한국·일본·독일 자동차 관세 부과 추진 시사
  • 미국산 자동차 가격, 글로벌 평균보다 높아
  • 업계 “관세로 美 자동차 경쟁력 오르지 않아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주요 자동차 수출국에 대한 상호 관세 부과를 추진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14일(현지시간)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공정성을 위해 모든 수입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밝히며, 특정 국가만 예외로 둘 수 없음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오는 4월 2일부터 상호 관세를 본격 시행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자동차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공정한 시장? 미국 차 값부터 낮춰야”

러트닉 장관은 이번 조치가 “미국 자동차를 더욱 경쟁력 있게 만들기 위한 공정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미국산 자동차는 글로벌 평균보다 훨씬 비싸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 정보업체 켈리 블루북(Kelley Blue Book)에 따르면, 2024년 초 미국 내 신차 평균 가격은 $47,401달러로 한국(약 3만 달러), 독일(약 4만 달러)보다 높은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자동차 가격이 높은 주요 원인으로 높은 노동 비용과 비효율적인 생산 구조를 꼽는다. 2023년 미국 자동차노조(UAW)는 임금 25% 인상을 포함한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는 제조 원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반면 한국과 일본 업체들은 글로벌 공급망을 활용해 생산비 절감을 이루고 있어 경쟁력이 높다.

미국산 자동차, 가격 경쟁력·감가상각에서도 밀려

미국산 자동차는 초기 구매 가격뿐만 아니라 감가상각(중고차 가치)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iSeeCars에 따르면, 토요타·혼다 차량은 5년 후에도 가치를 약 20% 더 유지하는 반면, 포드·쉐보레·크라이슬러 등 미국 브랜드는 감가상각 폭이 더 크다.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관세 부과로 한국과 일본 자동차의 가격이 오른다고 해도, 미국 소비자들이 미국산 차량을 적극적으로 구매할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美 車 가격 상승 부추기는 ‘철강·알루미늄 관세’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미국 자동차 가격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차량의 주요 소재인 철강과 알루미늄을 해외에서 수입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25%의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가 적용되면 제조 비용이 급격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미국산 자동차의 생산 원가가 대당 최대 1,500~3,00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즉, 수입차에 관세를 부과해 가격을 올린다고 해도, 미국산 자동차 가격 역시 상승하면서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더 이상 ‘저렴한 선택지’가 없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기업인 포드(Ford)조차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포드는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에 여러 차례 철강 관세 정책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해왔다.

“포드는 철강 관세가 자동차 산업을 해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미국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Detroit Free Press)’는 보도했다.

포드의 빌 포드(Bill Ford) 회장은 “우리는 행정부가 이 정책이 우리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도록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통화하며 관세 정책의 문제점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테슬라, 美 상호 관세 영향권…”미국산 전기차” 타이틀 유지 어려워질 수도

테슬라 역시 미국의 자동차 상호 관세 정책으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테슬라 차량의 약 51%가 독일과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특히 중국산 모델Y와 독일산 모델3가 그 중심에 있다.

테슬라는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과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서 차량을 생산하지만, 중국과 독일에서 생산된 모델도 미국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모델3 롱레인지 및 일부 퍼포먼스 모델은 독일 베를린 공장에서 생산되며, 모델Y 일부는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수출된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독일·중국산 자동차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테슬라의 모델3와 모델Y 가격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

관세로 美 자동차 경쟁력 오르지 않아…소비자 선택권만 제한

미국 정부가 상호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산 자동차는 가격 경쟁력을 일부 잃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이 반드시 미국산 차량을 선택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업계 전문가들은 “단순히 수입차 가격을 올린다고 해서 미국 자동차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이번 조치가 소비자 선택권만 제한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무역 전문가들은 자동차 산업이 경쟁을 통해 발전하는 구조라는 점을 강조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 차가 시장에서 밀려나면 미국 업체들은 품질 개선 압박이 줄어들어 장기적으로 오히려 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상호 관세 정책이 실제로 시행될 경우,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독일, 멕시코 등 주요 자동차 수출국도 대응책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각국의 자동차 기업과 정부가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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