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김문수-국힘 지도부 ‘단일화 시한’ 정면충돌… 갈등의 본질은 ‘당권’인가, ‘전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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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후보와 당 지도부가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하며 당내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대선 후보 선출 불과 사흘 만이자, 대통령 후보 등록 마감일(5월 11일)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불거진 이번 갈등은 보수 진영의 대선 승리 전략에 중대한 변수로 떠올랐다.

김 후보 측은 당 지도부가 ‘당무우선권’을 침해하며 일방적으로 단일화를 압박한다고 강하게 반발하는 반면, 지도부와 당 주류 의원들은 ‘선(先) 단일화 후(後) 선거 집중’ 원칙을 내세우며 김 후보를 압박하는 형국이다.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단일화 협상 자체가 시작 전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갈등의 핵심에는 대통령 후보의 ‘당무우선권’에 대한 해석 차이가 자리한다. 당헌 74조는 ‘대통령 후보자는 선출된 날로부터 대통령 선거일까지 선거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당무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하여 가진다’고 규정한다.

김 후보는 5일 본인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후보 선출 직후부터 지금까지 지속돼 온 당무우선권 침해 행위는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이후 3일 안에 일방적으로 단일화를 진행하라고 요구하면서 대통령 후보에 대해 당무 협조를 거부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히며, 당 지도부가 자신의 권한을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 측은 구체적인 사례로 사무총장 인선 문제를 거론했다. 김 후보는 경선 승리 직후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장동혁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하려 했으나, 당 지도부는 단일화 실무를 담당해 온 이양수 현 총장의 유임을 주장하며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

김 후보는 이를 “중대한 당헌·당규 위반 행위”라고 비판하며 당 지도부가 자신의 정당한 권한 행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후보의 비서실장으로 내정된 김재원 전 최고위원 역시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덕수 후보는 우리 당에 1000원짜리 당비 하나 내시지 않으신 분”이라며 당 지도부의 단일화 압박 기류에 견제구를 날렸다.

이에 맞서 당 지도부와 주류 의원들은 김 후보 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신속한 단일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양수 사무총장은 즉각 언론 공지를 통해 “후보자의 전권을 인정하는 경우도, 후보의 말과 뜻이 당헌ㆍ당규를 뛰어넘는 경우도 없었다”며 “김 후보 측은 당헌ㆍ당규 위에 군림하려는 행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총장은 당무우선권이 ‘선거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인정되는 제한적 권한임을 강조하며, 현재 당의 최우선 과제인 단일화를 후보가 거부하는 것은 당헌 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도 가세했다. 김도읍·김상훈·박덕흠·윤영석·이종배·이헌승·한기호 의원 등 4선 의원 7명은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는 경선 기간 동안 단일화에 찬성 입장을 보였고, 한 전 총리 역시 단일화 룰과 방식을 국민의힘에 전적으로 위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 이전 단일화 완료를 강력히 촉구했다.

당 지도부는 5일 저녁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뚜렷한 해법 없이 ‘9일까지 단일화를 마무리한다’는 공감대 확인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의총 도중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이 김 후보를 직접 찾아가 설득에 나섰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는 “당원들과 국민들께서 김 후보를 지지한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며 김 후보를 에둘러 압박하기도 했다.

한덕수 우선 단일화 對 반이재명 포괄 연대… 단일화 범위·속도 놓고 ‘동상이몽’

단일화의 범위와 속도를 둘러싼 양측의 인식 차이는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당 지도부와 상당수 의원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맞서기 위해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 늦어도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 이전에는 마무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이는 단일 후보가 기호 2번을 부여받아 선거 운동을 일관되게 펼치고, 통일된 메시지를 담은 홍보물과 선거 전략을 준비하기 위한 현실적 필요성에 따른 것이다.

한덕수 후보 역시 단일화 방식과 룰을 국민의힘에 위임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 바 있어, 당 주류는 기술적으로 한 후보와의 단일화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러나 김문수 후보 측은 다른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김 후보는 5일 입장문에서 “단일화는 반(反)이재명 전선을 구축하고 보수 진영 단일대오를 형성하기 위한 것으로, 한덕수 예비후보뿐 아니라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새로운미래 이낙연 상임고문까지 포함하는 폭넓은 연대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단일화의 대상을 한 후보에 국한하지 않고 중도·개혁 성향 정치세력까지 아우르는 ‘확장적 단일화’를 추구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준석, 이낙연 후보는 각각 다른 정치적 배경과 조직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단일화 논의 과정이 단기간 내에 정리되긴 어려운 상황이다. 후보 등록 마감일을 불과 닷새 앞둔 지금, 물리적으로 이들을 포함한 단일화 완성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비현실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상황에 당내 불신과 의심도 커지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누구보다 강하게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주장했던 김 후보가, 정작 후보로 선출된 이후에는 다른 노선을 꺼내 들면서 ‘전략적 시간 끌기’ 혹은 ‘정치적 지렛대 확보’를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부 당 관계자들은 김 후보가 단일화를 카드 삼아 향후 당내 공천권이나 지방선거 판짜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정치적 의도를 품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후보 측은 “허위에 기반한 정치적 흠집 내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계사 회동 이후 냉각… 협상 테이블 구성부터 삐걱

단일화 논의의 첫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후보의 대면은 양측의 입장차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두 후보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에 나란히 참석해 행사 시작 전 5분가량 짧게 인사를 나눴다.

한덕수 후보는 이 자리에서 “이제는 만나야 할 시간이다. 오늘 중 편한 시간과 장소에서 대화를 갖자”고 세 차례 제안했으나, 김 후보는 “네, 네”라는 응답 외에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후보 측은 “차담(茶談)으로 이어질 수 있는 큰 전환점”이라며 의미를 부여했지만, 김 후보 측은 단순한 ‘조우(遭遇)’일 뿐이라며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조우 이후 실질적인 협상 착수도 지연되고 있다. 한 후보 측은 손영택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과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를 단일화 협상 대표로 임명하며 대화 채널을 가동할 준비를 마쳤지만, 김 후보 측은 “사무총장 임명안이 무산됐고, 선대위 회의조차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화 추진단 구성은 보류된 상태”라고 밝혔다. 사실상 협상 착수를 거부한 셈이다.

김 후보는 “중앙선대위가 제안한 단일화 추진 기구 구성을 수용한다면 빠른 시일 내 단일화 논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당 지도부와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실무 협상 자체가 제자리를 맴돌 가능성이 크다.

경선 후폭풍 속 고립되는 김문수… 당내 우려 확산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우려와 불만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김 후보를 도왔던 일부 의원들과 캠프 내부 인사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감지되고 있으며, 당 중진들 사이에서는 ‘리더십 검증’ 문제가 공론화되는 분위기다.

의원들이 참여하는 단체 대화방에서는 “분열은 필패다”, “지금은 대의에 충실해야 할 때”, “개인 욕심은 접어야 한다”는 격앙된 반응들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경선 당시 김 후보를 지지했던 영남권의 한 중진 의원은 “지금 반명연대조차 하지 않으면서 이재명을 꺾을 수 있다는 주장은 무책임하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이러한 불만은 김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결집한 보수 강경층의 지지를 기반으로 당선되었지만, 상당수 당원들은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전제로 지지를 보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경선 승리의 핵심 동력이었던 ‘정권 재창출’과 ‘보수 통합’에 대한 기대와 달리, 당선 이후 김 후보가 보여주는 행보는 기대와 다르다는 실망감이 반작용으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김 후보 캠프 내부에서도 잡음이 일고 있다. 최근 합류한 인사들과 기존 김 후보 측근들 사이의 의견 차이가 드러나며, 선대위 조직 안정화가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김 후보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전략 부재와 혼선을 보이며 리더십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수 단일화, 다시 시험대… 남은 시간은 5일

보수 진영은 과거 대선 및 지방선거에서 단일화 여부에 따라 극명히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왔다. 성공적 단일화는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며 지지층 결집과 외연 확장을 동시에 이뤘지만, 단일화 실패는 패배로 직결되는 경우가 잦았다.

이번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다. 대통령 선거를 넘어 향후 지방권력 재편, 당 재정비를 둘러싼 이해관계까지 맞물리며 ‘승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단일화 실패는 단순한 전략 미스로 끝나지 않고, 보수 정당의 존립 기반을 위협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당내에 확산되고 있다.

후보 등록 마감일은 5월 11일. 남은 시간은 불과 닷새다. 김 후보는 ‘당무우선권’이라는 원칙을 고수할 것인가. 지도부는 김 후보의 자율성과 체면을 살리면서도 단일화라는 실리를 얻어낼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보수 진영의 향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물밑에서 결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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